[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메씨~메씨, 메에씨."
30일 오후 러시아 카잔 국제공항, 모스크바를 출발해 카잔에 도착한 에어로씨아 항공기가 도착하자 아르헨티나(또는 멕시코) 유니폼을 입은 승객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곧바로 앞에 있는 택시에 올라타고는 "아레나"라고 외칩니다. 알아들은 기사들은 승객들을 태우고 사라집니다.
당연히 목적지는 2018 러시아월드컵 첫 16강전인 프랑스-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카잔 아레나였죠, 그들이 입은 유니폼 뒤에는 대부분 리오넬 메시(31, FC바르셀로나)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중심이지만 유독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메시를 신봉하는 것처럼 보였던 거죠.
메시가 몸을 푸면 어김없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졌습니다. 모든 시선이 메시에게 몰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죠.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언론들의 전망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메시는 프랑스를 상대로 더 열심히 뛰려고 노력했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은 메시의 마음이 그라운드에 그대로 묻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보다 어렵게 흘러갔습니다. 올리비에 지루(첼시)를 최전방에 두고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블레이스 마튀디(유벤투스)의 2선이 아르헨티나 수비를 거칠게 흔들었습니다. 지루는 살짝 패스하고 음바페는 침투하는 뻔한 공식에 아르헨티나 수비는 나가떨어졌죠. 마르코스 로호(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아약스)에게 경고가 주어집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르헨티나 기자는 답답한지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아르헨티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더군요. 메시가 있어도 동료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경기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메시와 아르헨티나가 번득이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전반 41분부터 후반 12분까지죠. 앙엘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맹)의 호쾌한 중거리 슈팅 득점과 메시의 슈팅 같은 패스가 가브리엘 메르카도(세비야)에게 맞고 들어가며 2-1로 뒤집어지는 순간 말이죠. 흥분하는 아르헨티나 기자 때문에 무릎 위에 놓고 있던 노트북이 바닥에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일관된 속도와 공간을 자르는 빠른 패스에 아르헨티나는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12분 벤자민 파바드(슈투트가르트)의 중거리 슈팅 득점포가 19분, 23분 음바페의 멀티골 모두 속도에서 프랑스가 앞섰거든요. 음바페에게 첫 월드컵이라는 경험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PSG에서 하던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반면 메시는 그라운드 위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은골로 캉테(첼시)가 지키는 중원 기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렸거든요. 포그바의 공간 제어와 캉테의 활동량에 돌파할 공간도 없었고 패스를 넣어줘도 늦게 뛰어가는 동료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4-3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메시는 웃지 않았고 고개도 숙이지 못했습니다. 멍하니 정면만 응시하는 메시에게 카메라가 다가갔지만, 미동도 하지 않더군요. 대신 눈물을 흘리는 아르헨티나 관중들의 모습이 메시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월드컵 우승을 원했던 메시의 월드컵이 또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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