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안타깝죠. 오프시즌동안 정말 누구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운동했는데…."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가 끝난 뒤 이런 얘기를 거냈다. 최 감독이 한 말에 해당하는 선수는 세터 이승원이다.
이승원은 이번 컵대회에서 소속팀 주전 세터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조별리그에서 미끄러지면서 일찌감치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 감독이 컵 대회에서 이승원의 출전 시간을 늘린 이유는 있다. 현대캐피탈은 노재욱이 주전 세터를 맡고 그 뒤를 이승원이 받치고 있다. 그런데 노재욱은 허리가 늘 말썽이다.
그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이승원이 그자리를 대신해야한다. 그런데 이승원은 '실전'에 약하다. 최 감독은 "연습 때는 정말 잘 한다. 패턴 플레이도 그렇고 코트 안에서 임기응변도 수준급이다. 그런데 정작 경기에서는 그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나도 답답하지만 그런 (이)승원이는 더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승원은 V리그에서 출발이 좋았다. 2014-15시즌 1라운드 6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을 받았던 '신인' 이승원은 당시 쟁쟁하던 고참 세터 두 명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넘봤다.
당시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호철 감독(현 남자배구대표팀 사령탑)은 최태웅·권영민(현 한국전력)을 대신해 이승원을 주전 세터로 낙점했다.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승원 기용에 대해 우려와 걱정도 있었지만 그는 잘 적응했다. 김 감독에 이어 최 감독이 팀 지휘봉을 이어 받았고 권영민도 이적했다. 이승원에게는 보장된 미래가 보였다. 그러나 이승원은 2015-16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고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그사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팀을 옮겨온 노재욱이 주전 세터로 자리 잡았다. '기대주' 이승원은 백업으로 밀렸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승원은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내 스스로 이런 상황을 만든 부분도 있다"고 했다.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로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이다.
이승원은 현재 몸상태에 대해 "아픈 곳은 없다. 지난 시즌까지는 부상 후유증에 대한 걱정도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웃었다. '연습용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승원은 "왜 실전에서 허둥지둥하고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며 "내 스스로 생각해봐도 의문이간다"고 했다. 기량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승원과 노재욱은 플레이 스타일과 각자 갖고 있는 장·단점도 다르다.
이승원은 "(노)재욱이 형(이승원은 노재욱과 드래프트 동기다. 그러나 나이는 노재욱이 이승원보다 한 살 더 많다)에게 밀린다는 생각 때문에 내 플레이가 위축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때는 초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경기를 치르는 동안 플레이 상황 하나 그리고 한 점에 너무 매달렸던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오히려 경기를 그르쳤다"고 말했다. 이승원이 믿고 있는 것은 긍정의 힘이다.
그는 "실수가 나오거나 세트한 플레이가 상대 수비에 막히거나 범실로 이어져도 마음에 너무 담아두지 않으려고 한다"며 "경기의 일부라고 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최 감독도 "승원이가 갖고 있는 부담을 좀 더 내려놨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이승원은 지난 27일 선수단 전용체육관이 있는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열린 산토리(일본)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코트에 계속 나왔다. 이날 4세트로 진행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발목을 다친 바로티(헝가리) 없이 산토리와 맞섰다.
결과는 현대캐피탈의 3-1(25-27 25-23 27-25 25-20) 승리. 평가전이긴 했지만 전날(26일) 당한 2-3 패배를 되갚았다. 이승원은 노재욱을 대신해 27일 경기를 책임졌다.
최 감독도 이승원의 이날 플레이에 만족했다. 그는 "승원이가 이렇게 계속 잘 뛰어준다면 정말 좋겠다"며 "올 시즌 승원이가 맡아야할 몫이 분명히 있다. 산토리와 평가전이 한 계단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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