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올 시즌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수련선수를 포함해 모두 28명이다. 이들 중에서 2014-15시즌 개막 후 주전 자리를 꿰찬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국전력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오재성 정도만이 소속팀에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기존 선수들의 벽이 높다는 의미다. 신인 선수들은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재영을 제외하고 또 다른 신인이 백업이 아닌, 당당히 선발 멤버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현대캐피탈 세터 이승원이다. 이승원은 한양대 3학년 재학중에 프로행을 결정했고 드래프트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그를 1라운드 6순위로 지명했다.
이승원은 2014-15시즌 개막 후부터 출전 기회를얻었다. 팀에는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던 베테랑 세터 권영민과 최태웅이 버티고 있지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신인 이승원을 중용하고 있다.
이승원은 권영민의 백업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리다 지난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맞대결에 선발 출전했다. 물론 이승원이 먼저 코트에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이날 이승원의 기용에 대해 "분위기를 좀 바꿔보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최태웅은 현재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이승원에 대한 기용폭을 넓혔다.
그러나 신인이 라이벌전 등 중요한 경기에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승원은 "정규시즌 경기에서 코트에 들어가 뛸 수 있는 자체가 내겐 큰 영광이고 행복"이라며 "그만큼 책임감도 생긴다. 코트에 들어가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삼성화재전에서 프로의 매서운 맛을 봤다. 그는 이날 세트 성공률 45.45%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화재 주전 세터 유광우는 60.78%를 나타냈다. 이승원과 비교하면 확실히 유광우가 더 안정적인 토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현대캐피탈은 0-3으로 삼성화재에게 완패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승원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감독은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응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칭찬했다.
이승원도 신인 드래프트 당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배구를 시작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며 "아직까지는 가끔 현대캐피탈 소속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감독님부터 최태웅, 권영민 선배 등 국내 최고의 전·현직 세터가 함께하는 팀에 속한 건 내게 정말 행운"이라고 웃었다.
이승원은 "신인답게 팀에서 분위기메이커 노릇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플레이하는 부분은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팀에서 바라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모자란 부분은 많다. 이승원은 "감독님은 항상 토스의 정확성에 대해 강조한다"면서 "내가 생각해도 가장 부족한 점이 바로 그 부분"이라고 보완해야 할 점을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태웅과 권영민 두 베테랑 세터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 듣기 위해 늘 귀를 종끗 세우고 있다.
그는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없다. 이승원은 "그보다는 모두에게 배구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인정을 받는 세터가 되고 싶다"고 헸다. 그는 "올 시즌은 다른 목표는 없다. 매 경기 코트에 나서는 순간 정밀 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가 꼭 되고 싶고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19일 안방에서 한국전력과 경기를 갖는다. 지난 1라운드 원정길에서 현대캐피탈은 0-3으로 한국전력에 덜미를 잡혔다. 이번에는 꼭 설욕을 해야 한다. 한국전력의 주전세터는 프로 4년차인 권준형이다. 김호철 감독이 이날도 이승원을 먼저 기용한다면 신진 세터끼리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팬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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