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박미희 감독 "맞대결 크게 신경안써" 한목소리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여성 지도자끼리 맞대결이라는 것에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3일 째 여자부 경기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오프시즌 동안 현대건설 사령탑을 맡은 이도희 감독과 V리그 사상 두 번째 여성 사령탑인 박미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흥국생명이 만났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여성 감독 맞대결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양팀 사령탑은 모두 "의미를 그부분에 두고 싶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후에도 이 감독과 박 감독 모두 담담했다.

그래도 승부는 가려졌다. 첫 만남에서 이 감독이 웃었다.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에게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2승을 기록해 가장 먼저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뗀 뒤 "선수들이 듀스에서 많이 흔들릴 수 있었는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세트를 가져와 만족한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날 2, 3세트에서 상대와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이 감독이 팀을 맡은 뒤 강조한 것은 끈끈함과 조직력이다. 그는 "아직 컵대회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라 얘기하긴 어렵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뒷심이 강해진 부분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흥국생명은 아무래도 현재 완벽한 팀 구성이 아니다. 주포 이재영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됐고 리베로 김해란도 부상으로 뛰지 않았다. 우리팀도 그렇지만 전력 평가를 꼭 찝어 말할 순 없다"며 "그래도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려 경기를 치렀다"고 총평했다.

이 감독은 주전 세터 이다영에게 상대 높이가 낮은 쪽(가운데와 오른쪽)을 잘 이용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다영이가 잘 해줬다"고 웃었다. 현대건설은 이날 주전 미들 블로커 김세영이 가로막기 7개를 기록하는 등 블로킹 숫자에서 12-2로 흥국생명에게 앞섰다.

이 감독은 "여성 사령탑 맞대결을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경기를 해야겠다는 것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은 "경기를 하는 동안 상대 감독이 같은 여자라는 생각을 안했다"며 "시즌때와 똑같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오늘 경기에서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선수들이 오랜만에 경기를 치렀다. 예상보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결과를 떠나 전체적으로 선수들은 코트에서 잘 뛰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