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남들은 대구FC전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시민구단 광주FC는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까지 꼴찌를 달리고 있다. 모든 경기에 전력을 쏟아부어서 챌린지(2부리그) 강등권 탈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당연히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FA컵 8강 수원 삼성과의 경기는 대비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25라운드로 수원과 만나 0-1로 패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 내부에서도 차라리 오는 13일 10위 대구FC와의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다. 남 감독의 주변에서는 FA컵에 욕심을 낼 형편이 아니라는 말도 쏟아졌다.
그러나 남 감독은 승부사였다. 그는 수원과의 8강전에 나흘 전과 비교해 10명이나 다른 선수들을 내세웠다. 벤치 멤버나 부상에서 회복한 자원들이었다.
남 감독의 생각은 확실했다. 그는 "나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오늘도 이기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는가"며 전의를 불태웠다.
동기부여가 넘치는 선수들을 내세운 것도 치밀했다. 그는 "광주는 리그에서 잔류가 목표고 수원은 우승이 목표 아닌가. (엔트리 변화에는) 대구전을 염두에 둔 부분도 있다. 리그 순위를 끌어 올리지 못해 아쉽지만 매경기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감독 말대로 선발진 중 4명은 교체 요원이었다. 골키퍼 윤보상은 눈 수술에서 복귀했다.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나이얼 맥긴은 한국 축구에 아직 적응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제대로 조합을 갖추지 못했지만 남 감독은 신경 쓰지 않았다. 챌린지 생활을 해봤고 항상 강등권에서 견뎠던 기억이 있어 그렇다. 그는 "역경도 괜찮다. 이겨내야 한다"며 의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판단했다.
뚜껑을 연 경기는 광주의 투혼으로 가득했다. 수원보다 한 발 더 뛰며 볼을 소유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후반 교체로 등장한 이한도는 이용래의 슈팅을 얼굴로 막는 투혼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은 바닥이 났고 쓰러지는 선수가 다수였다. 패기를 앞세운 젊은피만 많은 광주의 현실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수원 팬들의 야유를 양념으로 얻으면서도 뛰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후반 40분 산토스에게 실점하며 맥이 풀렸다. 그래도 광주는 의지를 갖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정신이 체력을 지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광주는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냈다. 뒤를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한 판이었다. 남 감독은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정장 상의를 벗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으로 사기를 불어 넣었다.
최종 결과는 1-2 패배, 그러나 남 감독은 기죽지 않았다. "그동안 경기에 나가지 않았던 선수들이 원없이 경기를 했다. 팀과 본인을 위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조주영, 나상호도 그렇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패했어도 얻은 것이 많은, 버릴 것 없는 한 판이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