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야구는 모르고 단기전은 더더욱 모른다지만 이틀간의 결과는 처참할 뿐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대표팀에 '잊고 싶은' 대회가 되고 있다. 투수진은 악전고투를 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상하위 구분 없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참가했지만 '무기력'이라는 단어 외에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메이저리거 김현수와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가 빠졌지만 한국 타선은 쉬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태균-이대호-최형우로 구성된 중심타선은 일명 '334억 트리오'로 불리며 장타를 펑펑 쳐낼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졌다. 찬스는 줄기차게 만들어도 정작 필요할 때 해줘야 할 '해결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누상에 주자만 나가면 저마다 몸이 얻어붙은 듯 소극적인 타격과 지나친 신중함으로 찬스를 망쳤다.
전날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에서 10차례의 공격 기회 동안 단 7안타 1득점한 한국은 이날 네덜란드전에서도 '약먹은 병아리'처럼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0-2로 뒤진 2회초 선두 이대호가 우전안타로 출루했지만 후속 손아섭의 2루수 병살타로 분위기가 급히 식었다. 0-3으로 차이가 벌어진 3회에는 1사 뒤 김태군, 이용규가 연속 볼넷으로 분위기를 달궜지만 이번엔 서건창이 유격수 병살타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4회 2사 뒤 손아섭이 좌전안타로 살아나간 다음에는 민병헌이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고, 선두 박석민이 좌측 2루타로 한국 덕아웃에 활기를 불어넣은 5회에는 김하성, 김택군이 연속 범타로 물러나더니 2사 1,2루에선 서건창의 유격수 땅볼로 단 한 점도 내지 못했다.
반면 네덜란드 타선은 초반 제한된 기회에서 최대한 점수를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1회말 나온 큰 것 한 방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단숨에 잡았다. 1회 선두 안드렐턴 시몬스가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후속 주릭슨 프로파르는 몸이 덜풀인 한국 선발 우규민으로부터 우월 투런홈런을 작렬, 환호했다.
2회에는 2사 뒤 랜돌프 오뒤버르가 중전안타와 2루 도루, 포수 김태군의 송구실책으로 3루까지 진출하자 후속 시몬스의 좌측 2루타로 어렵지 않게 추가점을 올렸다. 3-0으로 넉넉하지 않은 리드를 유지하던 6회 2사 1루에선 오뒤버르가 한국 2번째 투수 원종현으로부터 좌월 투런홈런을 날리면서 승리를 예감했다.
이날 한국은 전날 이스라엘전 뒤 몸상태가 좋지 않은 포수 양의지,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 대신 김태군, 김하성, 박석민을 각각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믿었던 중심타선의 침묵이 계속된 데다 찬스에서 답답한 '변비야구'가 이어지면서 시종 무기력한 경기 끝에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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