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베테랑 FA들에게 찬바람이 불고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FA 계약을 맺은 4년 전 이호준(41, NC), 홍성흔(40, 은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성훈(36)과 이진영(36)의 계약 소식이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두 선수는 각각 원 소속구단인 LG 트윈스, kt 위즈에 잔류할 것이 확정적인 상황. 다만 구단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정성훈, 이진영은 올해 한국 나이로 38세가 됐다. 노장 또는 베테랑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나이다. 이는 구단 입장에서 장기계약을 맺기 부담스러운 조건이 된다. LG와 kt가 보다 단기 계약을 바랐던 이유다.
반대로 선수 입장에서는 장기 계약을 맺어야 앞으로 선수 생활이 편하다. 구단에서는 기간은 짧게, 금액은 크게 해서 계약하면 나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짧은 계약 기간은 은퇴로 내몰리기 쉬운 조건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2월1일부터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일제히 시작되는 가운데 정성훈, 이진영의 계약 소식은 조만간 들려올 전망이다. 두 선수 모두 이미 내년 시즌을 위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구단과의 이견도 조금 씩이지만 좁혀지고 있다.
늦어도 2월1일 전까지는 계약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을 맺지 못하면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없다. 그것은 시즌 준비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단이 제시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수 입장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4년 전과 비교해 FA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2013년에는 정성훈, 이진영과 마찬가지로 30대 후반이던 FA 2명이 좋은 조건에 팀을 옮겼다.
이호준이 SK 와이번스에서 NC 다이노스로 3년 20억원의 조건에 이적했고, 홍성흔 역시 롯데 자이언츠에서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복귀했다. 홍성흔은 4년 31억원이라는 장기계약을 맺었고, 두산은 롯데에 보상선수(김승회)까지 내줬다.
당시 이호준의 나이는 현재 정성훈, 이진영의 나이와 같다. 홍성흔은 이호준보다 한 살이 어렸다. 그럼에도 이호준, 홍성흔이 나름대로 알찬 FA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건재한 기량에다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호준과 홍성흔은 4년 전, 타격 면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능력도 FA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 신생팀이던 NC는 이호준이 젊은 선수 위주인 팀의 중심을 잡아주길 원했고, 두산 역시 홍성흔에게 덕아웃 리더의 역할을 내줬다.
정성훈과 이진영 역시 리더십이 없지 않다. 정성훈은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LG의 젊은 야수들에게 여러가지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선수다. 이진영은 LG 시절 주장까지 맡았고, 지난해 kt에서도 최고참으로 팀을 이끌었다.
기량도 여전히 쓸만하다. 지난해 성적은 정성훈이 타율 3할2푼2리(370타수 119안타) 6홈런 64타점, 이진영이 타율 3할3푼2리(371타수 123안타) 10홈런 72타점이다. 당장 팀 내 두 선수를 확실히 뛰어넘는 젊은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정성훈과 이진영은 4년 전에 비해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리그 전체적으로 육성 기조가 강해지면서 보상선수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없고, 그로 인해 원 소속구단은 만족스럽지 않은 계약조건을 내놓고 있다. FA 계약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속설이 정성훈, 이진영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어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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