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경기 전날의 다짐이 그대로 현실화됐다. 윤빛가람(옌볜 푸더)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빛가람은 5일 밤(이하 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했다. 지난 1일 스페인전에 출전하지 않아 체력과 컨디션이 좋았던 윤빛가람에게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부상으로 2012년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후 3년9개월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윤빛가람은 단순한 대체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신의 장기인 패스로 스페인전 대패의 치욕을 씻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남다른 승리욕과 근성은 빛을 발했다. 이날 윤빛가람은 원톱 석현준(FC포르투)을 도우면서 기회가 나면 슈팅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체격에서 체코에 다소 밀리는 것은 패스로 보완했다. 약점을 최대한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윤빛가람에게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풀렸다. 전반 26분 지동원이 아크 오른쪽에서 만든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선 윤빛가람은 오른발로 강하게 킥을 했고, 우측 상단 크로스바를 스치며 골문으로 빨려가는 골이 됐다. 유럽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는 페트르 체흐(아스널)가 몸을 날려봤지만 도저히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절묘한 골이었다.
장기인 킬러 패스는 39분에 나왔다. 역습 상황에서 드리블을 하면서 페널티지역을 향해 전진하던 윤빛가람은 오른쪽 측면의 좋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석현준에게 볼을 내줬다. 석현준은 한 번 볼을 정리한 뒤 달려나오는 체흐 위쪽으로 강하게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1골에 1도움까지 보태는 순간 윤빛가람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국가대표에서 늘 조금 부족했던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그의 최고 활약은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이란과의 8강전 연장전에서 넣은 결승골이었다. 한국이 2-1로 승리한 이번 체코전에서 2골 모두 관여하며 승리의 주역이 된 윤빛가람은 새로운 역사를 스스로 만들었다.
경기 전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윤빛가람은 "대체자로 왔지만 기회는 기회다. 온 힘을 다해 뛰겠다"라는 각오를 나타냈다. 공격포인트를 2개나 올리면서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일단 성공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윤빛가람은 체코의 힘에 다소 밀려 자주 넘어지기도 했다. 체격 조건에서의 차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좀 더 빠른 템포의 패스로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앞으로 더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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