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프로야구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FA 자격 선수 24명의 명단을 일괄 공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낸 김현수(두산)다.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좌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현수는 올해 두산이 1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시즌 28홈런 121타점으로 두 부문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0.318/0.406/0.488의 돋보이는 슬래시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했다. 홈구장이 타자에게 불리한 잠실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김현수는 내년에도 두산에 없어선 안 될 선수라는 게 구단 안팎의 일치된 평가다. 문제는 그의 신분이 FA라는 점이다. 국내 구단들과의 돈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두산이지만 만약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경쟁에 뛰어들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없으면 안 되는 타자
두산은 최근까지 김현수에 대한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그다지 크다고는 파악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김현수를 크게 탐냈지만 올 시즌 뒤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몇 년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서라도 영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한 요미우리 관계자가 최근 감독 교체에 따른 프런트 정비작업에 휘말려 구단을 떠나면서 일본 측의 관심도 사그러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어12가 한창인 최근 미국발로 김현수의 메이저리그행 가능성을 높이 점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야후스포츠의 메이저리그 전문 제프 파산 기자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정확한 타자' 김현수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준비가 됐다"며 "타격의 정교함이 뛰어나고 타석에서 남다른 인내심을 보유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심지어 "총액 1억달러 계약이 예상되는 특급 외야수들 다음 가는 그룹의 선두주자"라는 평가도 덧붙여 그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쪽은 두산이다. 구단 운영의 핵심 실무자들인 김태룡 단장과 김승호 운영팀장이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대만으로 날아가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지난 16일 귀국했다. 두산 선수들이 무려 8명이나 대표팀에 포함된 까닭에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지만 때가 때인지라 김현수와의 '특별한 접촉' 여부가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다급해진 두산 "끝까지 최선"
김현수를 바라보는 구단의 방침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꼭 필요한 선수인 만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구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필요한 자금을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는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의 약속이 있었다. 박정원 구단주와 김승영 사장 또한 김현수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김현수가 국내에 잔류할 경우 역대 FA 최초로 총액 1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야구계의 유력한 관측이다. 두산은 프리미어12가 끝나고 김현수가 정식 FA 등록을 하면 곧바로 '돈다발'을 들고 접촉할 계획이다. 김현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한 금액을 제시해 주저앉히겠다는 속내다.
변수는 역시 '태평양 너머'다. 프리미어12가 끝난 뒤 진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겠다고 한 김현수다. 오랜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격 선언한다면 두산으로선 헛물만 켜게 된다. 아쉽지만 성공을 기원하며 떠나보내는 수밖에 없다. 구단 측은 "사람 일은 모르지만 우리로선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과연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를 볼 수 있을까. 운명의 시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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