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박병호(넥센) 영입 효과인가. 한국의 오른손 거포와 독점 협상권을 확보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팀의 잉여자원 정리를 시작했다. 박병호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선 연쇄적인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하고, 누군가는 팀을 떠날 것이란 전망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지션 연쇄 이동 시작
미네소타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외야수 애런 힉스를 뉴욕 양키스로 보내고 대신 포수 존 라이언 머피를 받아들이는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지션 도미노 이동의 신호탄이다.
박병호를 지명타자와 1루수로 기용할 계획인 미네소타는 올 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나선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거포 미겔 사노를 외야수로 전업시킬 방침이다. 이미 기존 외야 자원이 탄탄한 상황에서 사노의 합류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미. 결국 박병호와의 협상권리를 얻자마자 미네소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마침 메이저리그 단장회의가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튼에서 열리고 있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주로 중견수로 나선 힉스는 97경기에서 타율 2할5푼6리 11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3할2푼3리, 장타율 0.398을 기록했다. 쏠쏠한 수비력과 안정적인 타격을 보유했지만 박병호 영입에 따른 사노의 포지션 이동으로 외야에 자리가 줄어들었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나 새 출발하게 됐다.
다음 시즌 박병호를 지명타자로 점찍고 있는 미네소타는 1루수에 터줏대감 조 마우어, 3루수에는 트레버 플루프를 그대로 기용한다는 복안이다. 일발장타력이 돋보이는 사노가 외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중심타선에 기용 가능한 자원이 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마우어의 커리어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젊은 박병호의 가세가 그 갭을 충분히 메워줄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박병호 영입, '고위험 고소득' 전략의 일환"
지역 유력신문 '스타트리뷴'은 이와 관련해 과거 삼진을 적게 당하는 정교한 타자 위주의 라인업을 고집했던 구단의 방침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탁월한 펀치력으로 많은 장타와 볼넷을 기록하지만 파워히터에게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많은 삼진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고위험 고소득' 전략으로 팀의 체질을 파워히팅 라인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다. 실제로 박병호는 올 시즌 622타석 가운데 52.7%인 328타석에서 장타, 볼넷 또는 삼진을 기록했다. 사노의 기록은 그보다 더 높은 62.1%에 달한다. 이들 타석에선 웬만하면 단타를 보기 쉽지 않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모 아니면 도' 식의 타격이다. 올해 미네소타 라인업에서 세자릿수 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6명에 달한다.
결국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파워스윙을 해달라는 것이다. 출루와 장타력에 방점을 둔 타격, 오늘의 박병호를 있게 한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생명력을 잃은 미네소타 타선에 원기를 불어넣어달라는 것이다. 미네소타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15개팀 가운데 팀홈런(156개) 10위, OPS(0.704) 13위에 그쳤다. 팀득점(696점) 8위로 터지지 않는 타선에 속을 끓어야 했다. 박병호 독점 협상권을 위해 무려 1천285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편 이번 트레이드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게 된 라이언 머피는 올해 67경기에서 .277(타율)/.327(출루율)/.406(장타율)/.734(OPS)'의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다. 주전 포스 커트 스즈키의 부담을 덜어줄 백업포수 역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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