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염원하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포항은 16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세레소 오사카(일본)를 2-0으로 이기고 남은 마지막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1위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열악한 구단 지원을 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라 더욱 의미 있는 성과였다. 포항은 올 시즌 재정 압박으로 일부 베테랑과 재계약하지 않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년째 외국인선수 영입도 없었다.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으면서 포항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치른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신 전례가 있어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포항은 2012년, 2013년 모두 공격력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16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집착이 더 심했다.
올 시즌 황 감독의 목표도 정규리그보다는 챔피언스리그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었다. 16강 진출을 한 뒤 우승까지도 도전을 하겠다며 공을 들였다. 이미 정규리그, FA컵 우승을 이뤄낸 황 감독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목표였다.
황 감독은 올 시즌 전술 변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마땅한 원톱감이 없어 제로톱을 시도했다. 초반 제로톱이 잘 되지 않으면서 애를 먹는 듯했다. 그러나 전체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조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팀을 정비해나갔다. 2~3년 내내 같은 선수들로 경기를 이끌어왔다는 점에 착안한 전술이었다.
포항이 살아난 계기는 산둥 루넝과의 3차전이었다. 신광훈의 퇴장으로 10대11로 싸워야 했지만 1명이 부족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이후 선수단이 뭉치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공고해졌고 황 감독도 선수들에게 "우리를 믿자"라며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선수들은 서로를 믿고 포항 특유의 경기 스타일인 '스틸타카' 완성도 높이기에 주력했다. 불필요한 가로지르기를 자제하면서 골지역 근처까지 패스로 상대의 공간을 허물었다. 그 과정에서 제로톱이 전술적 가치를 높였고 김승대, 이명주 등의 결정력까지 더해지면서 웃을 수 있었다.
포항의 강점 중 하나는 4-3-3으로 대표되는 일관된 포메이션의 틀을 수 년째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고누적 등 공백이 생겨 다른 선수가 포지션을 메워도 어색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스팀부터 같은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전술로 축구를 배워 이해도도 높았다. 또, 측면 공격수에게 비상시 대응을 위해 풀백 훈련을 시키는 등 멀티플레이어 능력 향상에도 주력했다. 꾸준한 노력을 한 결과가 현재의 포항을 만들었다.
16강 목표 조기 달성으로 여유를 찾은 포항은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치르는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성남FC-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경기에서 최소 2승2무 이상 거두며 상위권에 버틴다는 계획이다.
리그 사이에 있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두 경기는 상대가 누구로 결정되든지 총력전을 펼쳐 8강에 오른다는 각오다. 포항은 G조 2위와 16강에서 만난다. G조는 전북 현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멜버른 빅토리(호주), 요코하마(일본) 4팀이 모두 승점 7점으로 같은 상황이며 누가 16강에 오를지 최종전을 치러봐야 안다. 황 감독은 "정규리그는 5위권을 유지하며 상반기를 버티겠다. 이후 월드컵 휴식기 팀을 재정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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