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프로야구 순위 판도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마무리 투수들의 경쟁도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26일 현재 선두 삼성과 5위 롯데의 승차는 2.5경기에 불과하다. 삼성의 뒤를 넥센이 1경기 차로 쫓고 있고, 그 뒤에 LG와 KIA, 롯데가 반경기 씩의 간격을 두고 늘어서 있는 구도다. 6월 초까지 삼성과 넥센이 2강 구도를 이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양새다.
이른바 '엘-롯-기 동맹'의 주인공 LG와 KIA, 롯데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삼성과 넥센이 주춤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젠 삼성도 선두 자리를 안심할 수 없다. 가을잔치의 주인공도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상위 5팀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오승환, 넥센은 손승락, LG는 봉중근, KIA는 앤서니, 롯데는 김성배가 뒷문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나란히 '구원 5걸' 안에 포진하며 팀 순위와는 별개로 개인 타이틀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는 중이다.
가장 많은 세이브를 올린 선수는 손승락과 앤서니다. 둘은 20세이브로 구원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김성배(17세이브), 봉중근(16세이브), 오승환(14세이브)이 따르고 있다. SK와 한화의 마무리 박희수와 송창식은 나란히 9세이브에 그치고 있어 상위권과의 간격이 꽤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앤서니는 다소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꾸준히 세이브를 추가하고 있다. 평균자책점(3.63)과 피안타율(0.282), 이닝당 출루허용율(1.41) 등 대부분의 기록이 5명 중 가장 떨어진다. 블론세이브도 김성배와 함께 3번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경기 후반 접전 상황이 많은 KIA의 팀 특성상 세이브 기회를 많이 얻어내 선두까지 치고 올라섰다.
손승락도 아직까지 확실한 믿음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3.04의 평균자책점은 마무리 투수로서는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팀의 연패로 세이브 기회도 많지 않아 앤서니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줬다. 신기록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던 최소경기 20세이브도 타이기록(26경기)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가끔 불안할 때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마무리 투수임에 틀림없다.
김성배는 6월 들어 마무리 보직에 적응한 듯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4월 3.97, 5월 4.22였던 월간 평균자책점이 6월에는 0.96으로 뚝 떨어졌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여전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2.94까지 끌어내렸다. 김성배가 지키는 뒷문이 안정되면서 롯데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공략하기 어려워 보이는 뒷문지기인 봉중근과 오승환은 아이러니하게도 구원왕 경쟁에서는 한 걸음 뒤처져 있다. 마무리 투수 가운데 0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봉중근, 오승환 둘 뿐이다. 봉중근이 0.98, 오승환이 0.40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세이브 숫자는 봉중근이 16, 오승환이 14에 그치고 있다. 세이브 기회가 경쟁자들에 비해 적었을 뿐이다.
세이브는 팀이 승리해야만 올릴 수 있는 기록이다. 상위 5팀의 마무리 투수들이 구원 부문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는 그 안에서 펼쳐지는 경쟁이 큰 흥미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는 앤서니, 손승락이 앞서고 있지만 이제 겨우 시즌 일정의 절반 가량을 소화했을 뿐이다.
오승환의 아성을 무너뜨릴 선수가 나올 지도 관전포인트다. 오승환은 2011년과 지난해 구원왕 2연패를 차지한 대표적인 마무리투수. 2006~2008년 3연패를 포함해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뛴 시즌에서는 한 번도 구원왕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선두권과 적지 않은 격차가 벌어진 올 시즌, 오승환의 추격전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지도 관심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