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전날 타석에 섰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일까. KIA 마무리 투수 앤서니가 16일 훈련 전 또다시 배팅 케이지에 들어섰다. 앤서니는 번트 자세를 취해보는 등 유쾌하게 짧은 '배팅 훈련'을 마무리하고 본업인 투수조 훈련을 시작했다.
15일 광주 KIA-SK전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3-3으로 맞선 10회초에 신승현에 이어 등판한 KIA 투수 앤서니는 세 타자를 연속 범타로 막아냈다. 그리고 팀 10회말 공격 때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지명타자 최희섭이 1루 수비로 이동하면서 앤서니가 9번 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연장 상황이어서 앤서니는 다음 이닝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대타로 교체되지 않고 타석에 등장했다.
체구가 비슷한 최희섭으로부터 배팅 장갑 등 장비를 빌린 앤서니는 이범호의 방망이를 들고 왼쪽 타석에 섰다. 왼손잡이인 앤서니는 공을 던지는 것을 빼고 모두 왼손을 사용한다고 한다.
볼카운트 1-2에서 SK 마무리 박희수의 4구째에 배트를 휘둘러 파울을 때리기도 했던 앤서니는 5구째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앤서니는 11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사구와 안타, 볼넷을 내주고 1사 만루로 몰린 뒤 송은범으로 교체됐다. 이후 송은범의 폭투로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고, 이는 앤서니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경기는 3-4 KIA의 패배로 끝났고, 앤서니는 패전투수가 됐다.
전날 경기를 돌아보며 앤서니는 "원래 스윙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습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훈련 전 배팅 케이지에 들어섰던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기회가 다시 없을테니 재미삼아 서봤다"고 설명했다. 앤서니는 "마이너리그에서 타율 2할8푼 정도를 쳤다. 홈런은 1개를 때렸고, 도루도 6개를 했다"고 미국에서 타자로서의 활약상을 전했다.
선동열 감독도 "그냥 서 있으라고 했는데 방망이를 휘두르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이에 앤서니는 "안 치려고 했는데 관중의 환호에 나도 모르게 스윙이 나왔다"면서 "감독님 말을 안 들어서 벌 받았나"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시즌 첫 패전을 기록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