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제주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목표는 정규리그 3위와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얻는 것이다. ACL을 위해서는 3위 또는 FA컵 우승을 해야 한다.
박경훈 감독은 ACL 진출권 획득의 중요한 키로 미드필드의 장악력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홀딩 능력과 넓게 퍼지는 패싱력으로 공격을 살리는 기술이 겸비돼야 된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중원에서는 노련한 오승범(31)과 송진형(26), 권순형(27) 등이 호흡을 맞췄다. 송진형이 거의 붙박이로 나서 공격을 조율하고 오승범과 권순형이 교대로 청소부 역할을 했다. 이중 오승범이 좀 더 수비 능력이 좋아 후반 승리를 지키기 위한 교체카드로 자주 활용됐다. 권순형은 공수 겸장이지만 확실한 특징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박경훈 감독의 요구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올해도 이들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와의 미팅 후 오승범을 주장, 송진형을 부주장으로 선임했다. 두 사람이 선수단 각 연령층의 충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내린 선택이다.
갑작스럽게 책임을 부여받은 두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 하우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찰떡 호흡을 보여주겠다며 의기투합했다.
오승범은 "과거에도 주장 기회는 있었지만 거절했다. 힘도 들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모자라다고 판단했다"라며 "이제는 내가 선수단을 이끌게 됐으니 잘 해야겠다"라고 웃었다.
부주장 송진형은 오승범에게 부담을 안겨줬다. 그는 "승범이 형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다. 형님이 워낙 튀지 않지만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후배들이 잘 따를 것이다"라고 전했다.
경기에서는 늘 오승범이 희생한다. 중앙 수비수 앞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해 상대의 맥을 끊으니 패스 능력이 좋은 송진형이 산토스, 자일, 서동현 등 공격진에게 지원 사격을 한다. 노련한 오승범을 극찬한 송진형은 "앞으로도 5년 이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형님이다. 게임에 비유를 하면 스타크래프트에서 스팀팩 맞은 마린같다"라며 방끗 웃었다.
동생의 극찬에 형님도 화끈하게 화답했다. 1999년에 K리그에 데뷔한 오승범은 303경기를 소화중이다. 그는 "400경기 이상 뛰겠다. 팀의 FA컵 우승 등에도 일조하고 싶다"라며 오래오래 해먹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송진형은 지난해 해외 유랑 생활을 접고 제주에 입단했다. 적응 기간이 짧아 걱정스러웠지만 박 감독의 기대에 맞는 활약을 했다. 그는 "지난해는 (승범 형님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나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는 끈끈해졌다. 잘 할 것 같다"라며 콤비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말이 계속되자 형님도 살짝 흥분했다. 그는 2007년 포항 스틸러스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포항은 6위였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계속 이기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의 목표인 ACL 출전권도 충분하다. 부상자만 없고 템포를 조절한다면 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성과를 이뤄내면 팬들에게도 화끈한 선물을 선사하겠다는 예고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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