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단기전으로 끝날 것인가.
플레이오프 1차전은 SK의 힘을 가감없이 드러낸 한 판이었다. 스코어는 2-1 한 점 차였지만 전체적인 경기력과 짜임새는 그 이상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른바 '가을 야구 DNA'라는 표현으로 압축되는 그들만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선발 투수는 기대 이상의 호투로 경기를 지배했고, 4번타자는 장쾌한 선제 홈런으로 선수단의 사기를 올렸다. '수비의 귀재'로 불리는 유격수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호수비를 펼쳤고, 가을만 되면 펄펄 나는 강타자는 결승타를 때려냈다. 명불허전의 불펜은 '승리 방정식'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풀어냈다.
해줄 선수들이 해줘야 할 상황에서 자신의 몫을 100% 해준다. 정밀한 스위스 시계처럼 실수 없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SK의 가장 큰 강점이다. 상대 팀들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게 이 부분이다. 롯데의 경우 고비마다 세밀함이 떨어져 땅을 쳐야 했다.
6회초 1사 1,3루에서 박종윤은 벤치의 의도와 달리 번트를 시도하다가 타석 도중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1-2로 끌려가던 7회 무사 1루에선 황재균의 희생번트 실패로 1루주자 전준우가 2루에서 횡사했다.
반면 SK는 8회말 무사 1루에서 박재상이 정확한 1루쪽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올려놨다.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아 추가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긴박한 순간 작은 부분에서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상대 팀들이 SK를 만만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런 톱니바퀴 같은 경기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면서 큰 경기만 되면 오히려 집중력이 배가되며 평소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선수들은 긴장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고, 경기를 즐기는 분위기가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생생히 나타난다. 마치 '플레이오프는 뭄풀기용 무대'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만수 감독은 1차전을 마친 뒤 "최정의 멋진 수비, 박진만의 다이빙캐치 등 선수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가을만 되면 선수들이 강해지는 DNA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1차전 승리팀이 어렵지 않게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의 경우 준플레이오프에서 격전을 치르고 온 점, 선발 로테이션에 믿을 만한 투수가 한정돼 있는 점이 부담이다. 믿었던 불펜 투수 김사율이 1차전 위기 상황을 막지 못하고 결승타를 허용한 것도 근심거리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비율은 75%. 그러나 수치는 수치일 뿐, 최근 들어서는 1차전에서 패하고도 오히려 시리즈에서 승리하는 팀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치러진 12차례의 플레이오프에선 모두 5차례나 1차전 패배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현상이 목격됐다. 확률로 따지면 42%에 달한다. 가장 최근인 2009년에는 SK가 두산에 1차전을 2-3으로 패하고도 5차전까지 가서 마지막에 웃었다.
롯데에게도 승산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야구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게임이다. 다만 SK가 빈틈이 잘 보이지 않는 상대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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