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올 겨울 큰 산을 넘은 롯데가 이제 다른 난관을 남겨두고 있다. 새 용병 영입은 차치하더라도 팀내 연봉협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매년 협상진통으로 인해 트러블이 잦았던 롯데는 올해만큼은 무난한 겨울을 보내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상 쉽지가 않다.
롯데는 올 스토브리그 동안 차근차근 산적해 있던 과제를 해결해나가며 잘 운영해왔다. 이대호에게 4년 100억원을 제시하며 잔류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일본 진출 의지를 돌려세우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최선의 노력은 다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이대호의 이탈이 아쉽기는 하지만, 일본 구단과의 '머니싸움'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떠나 보낸 상황에서도 체면은 차릴 수 있었다.
게다가 FA 시장에서 임경완의 SK 이적 후 작은 이승호와 정대현까지 영입함으로써 마운드 강화에도 성공했다.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공수주 모두 안정된 외야수 임훈을 데려온 것도 쏠쏠한 수확이다.
현재까지는 롯데는 흠잡을 데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을 두고 조금씩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12월초부터 시작된 연봉협상에서 1.5~2군급 선수들은 대부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고과 자체를 평가하기 힘든 선수들은 구단의 제시액을 군말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른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1군 주축선수들. 롯데는 올 시즌, 1989년 단일리그 전환 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성적을 올렸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정규시즌 2위라는 성적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게다가 FA 협상 과정에서 수십억에서 100억까지 구단의 제시액과 영입금액까지 모두 공개됐다. 당연히 선수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 선수는 "올해는 나도 할 만큼 했고, 솔직히 많이 올려받고 싶다.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하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반해 롯데는 FA와 연봉협상은 별개라는 내부 방침을 세워뒀다. 고과 기준의 잣대가 매년 구단 분위기에 달라지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한 관계자는 "FA 선수를 데려왔다고 해서 (연봉협상에서)기존 선수들에게 특별한 플러스 알파를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팀성적과 개인성적을 감안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뿐이다"며 "올해 사정이 좋다고 후하게 주고, 내년에 안좋다고 또 나쁘게 줄 수는 없다. 일관되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물론 현재까지의 협상상황은 나쁘지 않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아 올해는 마찰 없이 잘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을 띄우기도 했다.
이제 다음주부터 롯데는 1군 주축선수들과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 겨울 무난한 행보를 보여왔던 롯데가 연봉협상까지 잘 치러낼 수 있을까. FA 과정에서 박탈감을 느껴온 선수들을 잘 달래주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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