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대호가 떠난다. 그는 롯데의 100억 제안보다 해외진출을 선택했다.
이대호는 19일 저녁 롯데 측과 마지막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구단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는 보장금액 80억원에 플러스 옵션 포함 4년에 총액 1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이대호는 고민 끝에 해외진출 의사를 피력하면서 제안을 뿌리쳤다.
우선협상 기간은 19일까지. 이에 따라 이대호는 당장 20일부터 원소속구단인 롯데를 제외한 국내 7개 구단 및 해외구단들과 자유롭게 협상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다. 2년간 5억엔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와의 접촉은 기정사실로 보이며, 현 분위기라면 이대호는 내년 시즌 일본리그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롯데가 내민 금액은 적지 않았다. 4년 보장금액 80억원만 해도 역대최고의 대우며 그 수준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다. 2004 시즌 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FA 이적할 당시 기록했던 총액 6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롯데가 준비한 옵션 20억원까지 보태면 무려 100억원까지 치솟는다. 30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100억대 제안금액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당초 예상됐던 액수가 60억 플러스 알파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로서도 이대호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롯데 구단의 제의를 뿌리쳤다. 그 이유는 해외진출이다. 이대호는 "FA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구단의 정성을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하면서도 "야구선수로서의 꿈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대호가 밝힌 대로 그는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위해 롯데 잔류를 거부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마음가짐인 셈이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임을 알고 있는 롯데도 더 이상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이대호는 지난 2010 시즌에는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홈런왕 타이틀을 최형우(삼성)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3관왕을 차지하면서 대한민국의 4번타자다운 기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대호는 타자로서 최근 수 년간 한국리그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무대에서 프로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으니 이제 눈길을 해외무대로 돌릴 만하다. 스스로의 기량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나이로서의 야망이 꿈틀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내년이면 31세(1982년생)가 되는 이대호는 롯데와의 4년 계약 후 해외진출을 타진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그를 원하는 일본구단이 일찌감치 그 의사를 일본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온 만큼 이대호의 도전의욕은 더욱 증폭됐다.
금액 부분에서도 비교할 수가 없다. 오릭스가 준비한 2년 5억엔은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74억원 정도다. 롯데의 4년 100억원보다 훨씬 군침이 돌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일본에서의 활약도에 따라 이후 행보도 롯데 잔류와 비교해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로 더 커질 수 있다.
롯데와 세 차례의 협상 끝에 이대호는 프로야구선수로서 당연한 결론을 내렸다. 해외무대 도전 의사를 밝히고 이별을 선택한 이대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