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 양승호 감독의 속은 갑갑하기만 하다. 2011 시즌 애지중지하던 팀 전력의 핵심 3인방이 모조리 이탈했다. 현 분위기라면 롯데는 2012년 4강행조차 장담할 수 없을 수준이다.
롯데에게 지난 이틀은 악몽과 다름없었다. 19일에는 타선의 핵 이대호가 해외진출을 선언함으로써 FA 협상이 결렬됐고, 20일에는 불펜의 핵 임경완이 SK로 FA 이적했다. 뿐만 아니라 좌완에이스 장원준도 경찰청에 입대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롯데의 전력 자체가 뿌리채 흔들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일 롯데는 이대호에게 4년 총액 100억원(보장 80억, 플러스옵션 20억)을 제시했지만, 이대호는 고민 끝에 이를 고사했다. 4년 후면 우리나라 나이로 35세가 되는 관계로 해외도전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대호는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롯데와의 마지막 협상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타구단 협상기간 시작인 20일에는 임경완이 떠났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5천만원 연봉 2억원 옵션 각 5천만원 등 총액 11억원에 SK와 계약했다. 임경완은 롯데와의 협상에서 2년 7억원을 제시받았고, 이에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시장에 나선 상황. 와중에 빅리그 진출을 선언한 정대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SK가 전광석화처럼 임경완과 접촉했고, 그와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임경완의 이적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임경완은 경남고-인하대 출신으로 1998년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이후 12시즌 동안 롯데맨으로만 활약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부산팬들로서는 임경완이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상황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임경완은 매년 반복되는 롯데의 협상 태도가 FA 계약에서마저 다르지 않자 실망감을 느꼈고 "SK 구단이 내 가치를 인정해줘서 감사하다"고 언급하고는 부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위기의 2012 시즌이다. 양승호 감독이 올 해 첫 부임하며 시즌을 치르는 동안 중용하던 세 명의 선수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대호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임경완은 불펜의 핵심으로서 양승호 감독이 가장 믿고 있는 고참선수다. 양 감독은 임경완이 불안할 때도 "그래도 (임)경완이가 최고다. 누구를 기용하겠느냐"고 취재진에게 반문하면서 신뢰를 드러냈다. 올해 15승을 챙긴 장원준은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두로 사랑(?)을 받았다.
따져보면 리그 최강의 4번타자와 15승 좌완투수, 그리고 불펜 필승조의 맏형이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다. 양승호 감독은 이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당장 난감한 상황이다. 제 아무리 보상선수를 받아온다고 해도 이들 3명의 전력과 비교할 수가 없다. 롯데는 '차포마'를 모두 떼고 장기를 둬야 할 형국이다.
양승호 감독은 일단 22일 2차 드래프트 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프런트와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딱히 대안도 없다. 이대호의 공백을 메워줄 인물로 살짝 고민하고 있던 이택근은 친정팀 넥센으로 돌아가면서 FA 시장에서 영입할 선수도 마뜩지 않게 됐다.
양승호 감독의 고민은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기둥뿌리 3개가 빠져나간 구멍을 무엇으로 메워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현 상황이라면 2012년 롯데는 위기라고 단정해도 이견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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