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무너졌다. 그것도 막판 역전패. 두 배의 충격이다. 장마의 도움으로 긴 휴식을 취하며 힘을 비축했지만 천적으로 굳어지고 있는 삼성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LG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3-4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7회말까지 3-1로 앞서고 있어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8회, 9회 각각 1점씩 빼앗기며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 10회초에도 실점을 피하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LG는 2주 전 대구에서 삼성과 치른 3연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LG는 선두 SK에 불과 한 경기차 뒤진 공동 2위 자리에 있었다. 삼성-SK를 차례로 상대하는 주간 대진 결과에 따라 선두 등극까지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에게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이어 SK를 상대로도 1승 2패에 그친 LG는 4위까지 순위가 하락했고, 이후 한 계단도 다시 올라서지 못했다. 삼성에게 당한 스윕(3연전 전패)이 힘겨운 순위 싸움을 벌이는 단초가 됐다. 28일 홈에서 다시 만난 삼성에 또 패하며 삼성전 4연패를 당한 LG는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3승 7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LG가 1위로 올라선 삼성뿐만 아니라 상위 3팀과의 상대전적이 모두 열세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LG는 2위 SK를 상대로 3승 5패, 3위 KIA를 상대로는 5승 7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상위 3개팀과의 대결에서 기록한 승패차는 -8. 상위팀들에게 빼앗긴 승수를 하위팀들을 상대하면서 만회한 셈이다.
LG는 28일 현재 36승 31패로 4위에 올라 있다. 3위 KIA와는 2.5경기 차, 선두 삼성과는 4경기 차다. LG가 4위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상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LG의 약점은 너무나 뚜렷하다. 허약한 불펜이다. 방망이는 원래 강했다. 주키치-리즈-박현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올 시즌 몰라보게 좋아졌다. 불펜이 아킬레스건이다.
28일 경기도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를 놓쳤다. 지난 17일 SK와의 경기에서 4-1로 앞서다 9회초 4-5로 역전을 허용하고 통한의 패배를 당한 것도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탓이었다. 김선규, 임찬규, 이상열로 구성된 '필승조'는 타구단에 비해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팀이건 LG의 필승조를 상대하면서는 '점수를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덤벼든다. 최고의 불펜진을 자랑하는 삼성과 SK가 나란히 1, 2위에 올라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 LG가 삼성, SK와의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것도 불펜의 차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박종훈 감독은 "아직까지 팀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어느 정도 지나야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아직 모든 팀들에게 찬스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위권 팀들이 4강 티켓을 위협할 수도, LG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제 막 시즌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박종훈 감독의 말대로 아직 어느 팀에게나 기회는 있다. 스스로의 기회를 잘 살리고 다른 팀들의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겨운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는 LG에게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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