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상덕도 최민식도 범띠, 진짜 호랑이 같다." 배우 최민식이 '파묘'로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를 완성했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명량'에 이어 오컬트 장르로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달성한 것. '파묘'의 히딩크이자 기둥인 최민식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하며 '대배우' 면모를 보였다.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지난 2월 22일 개봉됐다.
개봉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7일째 300만, 9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 16일째 700만, 18일째 800만, 24일째 900만 돌파에 이어 지난 24일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빠른 속도이자 '범죄도시 3'와 타이 기록이다.
최민식은 2014년에 개봉한 '명량'(1,761만 명)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올리게 됐다. 유해진은 '택시운전사'(1,218만 명), '베테랑'(1,341만 명), '왕의 남자'(1,051만 명)에 이어 네 번째 천만 영화를 만들었고, MZ 무속인으로 큰 사랑을 얻은 김고은과 이도현은 '파묘'를 통해 처음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세 번째 장편 영화 '파묘'까지 명실공히 오컬트 장인으로 거듭난 장재현 감독 또한 천만 감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오컬트 영화 사상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최초 천만 관객을 달성한 '파묘'는 개봉 이후 줄곧 3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다. 풍수사 상덕 역을 맡은 최민식은 천재적인 연출력의 장재현 감독에 대한 깊은 믿음을 바탕으로 범접불가 연기 내공을 뽐내며 관객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묘벤져스' 중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된 최민식은 "저는 이번 작업에서 장 감독의 조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고 했다"라며 "연기를 할 때는 앙상블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표현하려고 했지만 작업이 궁금했다.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소재로 어떻게 영화적인 재미를 가진 이야기를 만들지, 허구가 많은 오컬트 장르이지만 빌드업을 어떻게 시키는지 궁금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물론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고 김상덕을 구현하며 얻는 것도 있었지만, 저 나름대로 영화 공부가 됐다. 배우는 느낌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했다"라고 장재현 감독에 대한 무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상덕은 40년 동안 한 우물만 판 베테랑 풍수사다. 배우로 한 길만 걸어온 최민식과 닮은 모습이다. 그는 이런 상덕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감독과 틈만 나면 이야기를 많이 했다. 8할이 장난이고 2할은 작품 얘기다. 그만큼 밀도가 있었다"라며 "오컬트 장르가 처음이고 풍수사라는 직업 연기도 처음인데 저는 생소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도 없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어려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집에서 굿도 하고 지관 같은 분도 만나 봤던 기억이 있다. 제 삶이 민속 신앙, 풍습에 가까이 있었고 늘 봐왔다"라고 하면서도 "길지와 흉지를 나누고 길흉화복을 결정짓고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막막하긴 했다. 산에 올랐을 때 땅을 보는 것이 일반 등산객처럼 보진 않았을 것 같았다. 평생을 땅과 자연을 관찰한 사람이라 땅에 대해 온몸의 세포가 반응하는 느낌, 시선의 깊이가 제일 중요할 거라 여겼다"라고 중점을 뒀던 바를 언급했다.
장재현 감독 역시 최민식의 연기 중 가장 좋아한 장면으로 처음 무덤을 바라보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그때 얼굴이 좋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생각하는 거지?'라며 매달릴 수밖에 없는 표정이다. 관객이든 옆에 있는 사람이든, 다 빨아들인다. 그래서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연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고은, 이도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너무들 잘했다. 현장에선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캐릭터로 대한다"라며 "촬영 끝나고 밥 먹고 소주를 한잔할 때야 '애썼다'라며 선후배로 만나는 거지 현장에선 화림, 봉길로 만났다. 프로답게 제 몫을 다하는 친구들"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그는 "고은이 흰자 보일 때 '어떻게 하지?' 했는데 기독교라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도현이는 북에 구멍 나는 줄 알았다. 정말 놀랐다"라며 "연습할 때 갔는데 밥이 그렇게 맛있다. 조선 팔도의 제자와 고객이 산지 직송으로 신선도 100%의 산낙지를 보내준다. 김치도 정말 맛있다. 잘하고 있는 겸사겸사 갔다가 뒤뜰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연습할 때 보면 진지하다. 배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쉽지 않았을 거다.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연기라 해도 종교적인 충돌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확장해간다"라며 "후배지만, 배우로서의 자세가 용기 있고 근사했다. 이렇게 협업한 것이 뿌듯하다"라고 김고은, 이도현을 거듭 극찬했다.
극 말미 영근(유해진 분)은 상덕에게 살을 빼라고 지적한다. 이는 시나리오에 없는 대사였다고. 이에 대해 최민식은 "배를 방치했다.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과 좀 더 대비되게 밸런스를 생각했다. 아주 편했다"라고 유쾌한 대답을 해 웃음을 안겼다.
앞서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고 싶어 출연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민식은 도깨비불을 바라보는 표정에 대해 "촬영 중간에 추웠는데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불덩이가 좋고 사랑스러웠다"라며 "CG로 안 한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싶었다. 홀린 것 같은 시선이 맞지만, 속으로는 따뜻하고 좋았다"라고 농담해 재미를 더했다.
최민식은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인사에서 보여준 팬서비스로도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이 준 머리띠를 곧바로 하는 것은 기본이고, 팬이 만들어준 목도리를 무대인사와 GV에 착용하고 등장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에 '할꾸'(할아버지 꾸미기)가 유행이 되기도. 최민식은 "할꾸 아니고 오꾸(오빠 꾸미기)"라고 재치 있게 받아치기도 했다. 또 강동원, 한소희, 차은우 등 후배들을 소환하는 장난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유쾌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관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한 최민식이다.
장재현 감독과 '파묘' GV에도 참석해 관객들의 깊이 있는 질문에 대답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최민식은 "영화의 소비 형태가 달라졌다.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분해해서 본다.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얘기"라며 "단순히 재미있다, 피상적으로 창작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이성적으로 해부해서 만져보고 싶은 거다. 지금까지도 그냥 만든 적은 없지만 그냥 만들어서는 난리가 나겠구나 싶다. 동기 부여, 의미 부여의 한 부분을 저희에게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뜨거운 반응, 사랑을 보내준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런 최민식이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는 '격정 멜로'다.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과 같이 형사물을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최민식은 "말랑말랑한 거 하고 싶다"라며 격정 멜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르가 어떻게 됐든, 다 사람을 만나서 하는 일이다. 좋은 파트너를 만났을 때 포만감이 좋다. 흥행이 덜 되어도 그 친구와의 작업이 좋고 공유하는 것이 많고 느끼는 것이 많아 좋으면 그걸로 괜찮은 거다. '파묘'는 작업도 좋고 결과도 좋았다. 이런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르가 어떻든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라고 장재현 감독에 대한 큰 믿음을 전했다.
이렇게 한 마음으로 천만 영화를 완성한 '파묘' 팀이 앞으로 또 어떤 기록을 이뤄나갈지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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