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길은정이 지난해 12월22일 자신의 홈페이지 중 '길은정 일기' 코너에 '힙합패션'이란 제목으로 쓴 글을 보면, 그가 세상을 떠나기 보름 여를 앞둔 당시의 힘든 상황이 눈에 잡힐 듯하다.
9일 자정 현재 무려 2만795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글에서 길은정은 "오른쪽 다리는 부어있고 오른 발은 더욱 부어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고 두툼한 부츠나 구두가 있어도 소용없다... 그래서 요즘 나의 패션 코드는 '힙합'이다"라고 썼다.
"24시간 정맥을 통해 '몰핀'주사를 맞아야 하기때문에 주사바늘은 항상 내 팔목에 꽂혀있는 상태고, 적당한 양의 주사약을 목에 걸고 다니라는 목걸이(?)에 지독한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약물을 더 주입시키라고 팔에는 팔찌(?)까지 곁들였으니"라는 대목을 통해 그는 주사약과 주사바늘을 각각 '목걸이'와 '팔찌'에 비유했다.

그는 글 말미에 "그러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벗을 수 없는 목걸이와 팔찌가 있는 힙합패션이라니..."란 표현으로 자신의 힘든 상황을 빗대어 표현했다.
힘겹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힙합 패션', '목걸이', '팔찌' 등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현재 삶을 최대한 누려보려 했던 그의 죽음이 많은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서울에는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적설량을 기록한 눈이 내렸다.
다음은 그가 남긴 '합합패션'이란 일기의 전문이다.
2004년 12월 22일 힙합패션
날씨가 추워지니 방송국으로 외출할 때 옷을 입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전에는 체중이 줄어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제는 오른 쪽 골반의 암덩어리가 커진데다 다리가 굽은 채 굳어버려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
내 생전 처음으로 Large Size의 패딩바지를 얻어 입었다. 하긴 뭐...... 사이즈가 어떻든, 휠체어에 앉으면 그게 그것인것을......
매일 외출하기 전, 걸려있는 옷들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쳐다보다가 결국은 어제 입었던 옷을 또 입고 만다.
24시간 정맥을 통해 '몰핀'주사를 맞아야 하기때문에 주사바늘은 항상 내 팔 목에 꽂혀있는 상태고 적당한 양의 주사약을 목에 걸고 다니라는 목걸이(?)에 지독한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약물을 더 주입시키라고 팔에는 팔찌(?)까지 곁들였으니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가능한 편리한 기능성에 더욱 중점을 두다보니.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더욱 고를 것이 없어져 버린다. 여러겹은 껴 입기 어렵고 그렇지 않으면 추워서 견디기 어렵고 두터운 코트는 휠체어에 앉아 있기에 거추장스럽고.
패딩 거위털 코트같은 것은 방송중에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나기에 안되고.
무엇은 이래서 안되고 또 무엇은 이래서 안되고.....
오른쪽 다리는 부어있고 오른 발은 더욱 부어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고 두툼한 부츠나 구두가 있어도 소용없다. 그저 뒷 쪽을 꺽어 신어도 좋은 가죽 단화를 신는다. 그것도 왼쪽 구두는 제대로 신지만 오른쪽 구두는 꺽어서, 퉁퉁 부은 발에 걸치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요즘 나의 패션 코드는 '힙합'이다.
........... 그러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벗을 수 없는 목걸이와 팔찌가 있는 힙합패션이라니...
참 안 어울린다.
......우와..... 무진장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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