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이제는 사실 위주의 전달보다 아픈 역사를 어떻게 승화할지 말해야 하지 않을까." "희생된 분들의 희망이 영화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2일 송강호는 영화 '택시 운전사'(감독 장훈, 제작 더 램프(주))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38주년을 맞았다. 비극적이고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택시운전사'는 아픔을 넘어 '희망'을 그리는 영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여러 영화에서 소재로 다뤄졌다. 특히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는 누적 관객수 685만5천433명(영화진흥위원회 기준)를 기록, 7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에서 김상경(강민우 역)이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 이요원(박신애 역)이 "제발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처절한 장면은 여전히 먹먹하다.
그로부터 10년.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환한 '택시운전사'는 담담하다. 영화는 지난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
'택시운전사'는 3개의 시선이 교차한다. 당시 광주의 실상을 전혀 모르는 만섭, 전세계에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광주로 향한 기자 피터, 광주 택시운전사 태술(유해진 분)과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게 꿈인 평범한 광주 대학생 재식(류준열 분).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자 만섭의 시각이 중심이다.
'택시운전사'가 기존 5.18 광주민주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 여기다. '택시운전사'는 '화려한 휴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폭압에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당시 상황에서 외부자만이 맞딱뜨리는 상황들을 열거한다.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은 왜 국가 권력이 광주 시민들을 잔인하게 진압하는지 이유를 묻고, 택시를 돌려야 할지 말지 등과 같은 여러 선택의 순간들을 겪는다.
그래서 '택시운전사'는 희망을 말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대표작들은 대부분 당시 광주의 실상을 고발한다. 이를 본 많은 관객들은 광주 시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분노했다. '택시운전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만섭과 같은 상황에 닥치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만섭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넌지시 설득하기도 한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딱뜨린 시민들이 정의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는지 보여준다. 송강호는 "이들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건강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실제 인물 만섭과 위르겐 힌츠펜터 등 희생된 분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정의를 추구하는 정신과 행동이 그분들의 희생을 승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2017년 지금 '택시운전사'가 38년 전 광주를 소환하는 이유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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