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황소' 황희찬(21, 잘츠부르크)은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골은 없었지만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황희찬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7차전 시리아전에 선발로 출전해 후반 28분까지 뛰었다. 한국이 1-0으로 이기면서 승점 13점으로 2위를 어렵게 지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깜짝 변화를 시도했다. 이전 4경기에서 교체 요원으로만 활용했던 '막내' 황희찬을 선발로 내세웠다. 최전방 공격수라는 포지션을 고려하면 177㎝로 작은 신장이지만 탄력 있는 움직임과 높이 뛰는 능력이 좋아 과감하게 배치했다.
중국전 0-1 패배로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원톱 카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황희찬을 내세워 대응했다. 나름대로 유연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를 쓴 흔적이다. 김신욱(전북 현대), 황의조(성남FC) 등 선배들을 밀어냈다는 것도 상징적이었다.
대표팀은 전반 4분 홍정호(장쑤 쑤닝)의 골이 터지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지만 오히려 시리아의 강한 압박에 애를 먹으면서 수세적인 경기 운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황희찬은 전방에서 고군분투를 했다. 시리아 수비를 강하게 압박하며 그냥 밖으로 나가는 볼을 코너킥으로 만들고 영리하게 등지는 움직임으로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을 얻어냈다. 전반 27분 수비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시리아 진영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재능을 보여줬다.
전방과 좌우로 넓게 움직이면서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나가는 개인 능력도 돋보였다. 후반 16분에는 골키퍼에 맞고 나오기는 했지만, 후방 침투패스를 그대로 따라가 슈팅하는 유연함도 과시했다.
막내 입장에서는 슈틸리케 감독과 선배들의 지시만 충실히 이행한 경기였다. 그는 "전방에 서 있으면서 미드필드 공간을 많이 만들고 중앙 수비수들을 데리고 있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첫 선발이었지만 만족하지는 못했다. 그는 "내 기량의 50~6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아쉽다"고 답했다.
황희찬은 전반 35분 이후와 후반 20분을 넘어가면서 다소 기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유는 많은 수비가담에 있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이) 수비적인 부분에 대한 지시를 많이 했다. 내려서서 상대를 압박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말을 하더라"고 말했다. 공격에 대해서는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수비에 가담하니 체력 저하는 당연했다는 황희찬의 자체 분석이다. 그는 "전반에 많이 뛰면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체력이 준비됐는데 (완급 조절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다시 호출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황희찬은 "많이 느낀 경기다. 더 배우고 준비하겠다"며 완성된 자신을 만들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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