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순위 경쟁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1위 전북 현대(35점)부터 5위 전남 드래곤즈(30점)까지 승점 5점 차 이내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은 1위를 탈환한 전북과 3위 수원 삼성(32점)이 주도하고 있다. 한때 1위까지 올라섰던 전남이 최근 2연패로 주춤하고 2위 포항 스틸러스(34점)도 이명주 이적 공백의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며 하락세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지켰던 포항은 지난 3일 수원에 1-4로 대패하는 충격을 맛보면서 2위로 밀려나 순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북은 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뒤 재개된 클래식 6경기에서 4승2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15득점 2실점의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공격과 수비의 안정을 앞세워 최강희 감독은 느긋한 2위 전략을 구사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쩔 수 없이(?) 99일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수원도 6경기에서 4승1무1패 호조다. FC서울에 0-2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기가 괜찮았다. 12득점 7실점으로 다소 실점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공격력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상승세의 양 팀이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로 만난다.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만남이다.
양 팀의 상승세를 뜯어보면 너무나 닮았다. 전북은 이동국을 중심으로 좌우에 레오나르도와 한교원 등 드리블과 스피드를 갖춘 공격진으로 짜여져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황금비율이 됐다. 시즌 초반 왼쪽 날개로 중용됐던 신인 이재성이 중앙 미드필더 신형민의 포지션 파트너로 옮겨 가면서 중원의 안정감을 더했다.
여기에 중앙 수비수 윌킨슨은 호주 국가대표로 월드컵 3경기를 뛰고 온 뒤 기량이 더욱 좋아졌다. 정인환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다. 좌우 풀백은 최철순이 모두를 소화하면서 이규로, 이주용, 이재명 등이 출전 기회를 노릴 정도로 옵션이 다양하다.
전북의 조커는 더욱 훌륭하다. 이상협, 김인성, 카이오, 권경원 등 자원이 풍부하다. 다른 팀에 가면 얼마든지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비니시우스 리치가 잘 적응을 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막강한 팀이 될 수 있다.
수원도 전력의 틀이 잡혀가고 있다. 시즌 초반 육체적 심리적으로 엉망이었던 최전방 공격수 로저가 골맛을 보며 살아나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로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좋은 느낌임을 전했다.
좌우에는 볼 키핑이 좋은 고차원-서정진이 처진 공격수 산토스와 공격 2선을 맡고 있다. 특히 산토스는 최근 6경기 4골 2도움의 고감도 발끝을 자랑한다. 산토스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드에는 수비력이 뛰어난 김은선과 패싱력이 좋은 김두현이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하고 있다. 중앙 수비에도 조성진-민상기 등 어린 선수들과 브라질 출신의 헤이네르가 버티고 있다. 홍철과 신세계로 구성된 좌우 풀백도 경험이 쌓이면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염기훈, 배기종, 권창훈, 정대세 등의 조커들도 전북 못지않다.
두 팀의 관계는 재미있다. 전북이 지난 2008년 9월 27일 이후 수원을 상대로 12경기 연속 무패(7승5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1-2 패배를 기점으로 1무4패로 밀리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에서 돌아와 다시 전북 지휘봉을 잡았어도 마찬가지다. 만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기싸움도 흥미롭다. 최근에는 잠잠해졌지만 팬들 간 충돌도 상당했다.
승패가 어떻게 나오든 양 팀에는 중요한 일전이다. 전북은 성남FC-포항 스틸러스-FC서울-전남 드래곤즈와 만나며 8월을 보내야 한다. 수원은 제주-전남-성남-경남FC와 만난다. 전북은 수원을 잡아야 선두 독주 체제를 갖출 수 있고, 수원은 전북을 이겨야 1위 싸움에 뛰어들 수 있다. 이래저래 19라운드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양 팀의 격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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