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이 3일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완파하면서 22개월 만에 3연승을 거뒀다. 두부처럼 쉽게 뭉게지곤 했던 조직력에서 벗어나 점점 메주처럼 단단해지며 수원은 강팀 본능을 서서히 발휘하고 있다.
수원은 포항을 꺾기 위해 각별한 준비를 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연습시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는 등 철저하게 대비했다. 물에 젖은 그라운드에서는 볼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 패싱게임을 추구하는 수원은 똑같이 패싱 축구를 구사하는 포항보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물기를 머금은 그라운드에서 더 많이 연습을 했다.
수원의 경기력 업그레이드 이면에는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드에서의 유연성이 뒷받침이 있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26)의 헌신이 돋보인다.
김은선은 지난 2011년 광주FC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지난해까지 광주의 주전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나 광주에서는 세 시즌 동안 15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김은선 중심으로 팀이 돌아갔기에 기록 자체가 훌륭했다.
우여곡절끝에 김은선은 올 시즌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챌린지(2부리그)에서 영입한 김은선을 두고 주변에서는 과연 '잘 뛸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쏟아졌다. 광주가 2012년 강등된 뒤 챌린지에서 경기를 뛰면서 클래식 수준의 경기 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수원이 널뛰는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김은선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었다.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애매한 경계에 서 있었던 것도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서정원 감독은 그를 믿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계속 기용했다. 적절하게 그의 옆에 패스마스터인 김두현을 포지션 파트너로 붙여주면서 김은선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주로 미드필드 중앙에서 앞뒤로만 움직였지만 좌우로 크게 벌리며 상대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덕분에 김두현은 마음놓고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줬다. 마당쇠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 결과다.
김두현은 그라운드의 리더지만 김은선이 자신의 뒤를 이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이가 어린데다 충분히 리더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콧수염을 길러 강인해 보이는 외모도 리더에 적합해 보인다. 김두현은 "(김)은선이가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리더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선은 올 시즌 17경기 중 14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서 감독은 미드필드에서의 승부가 관건이라 생각하는 경기에서는 김두현을 일정 시간 뛰게 하고 교체하지만 김은선은 끝까지 투입시키고 있다. 그의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 밑바닥 상황을 겪은 경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선 역시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에 감동하고 있다. 그는 포항전이 끝난 뒤 "시즌 초반 부진은 사실이다. 부정하고 싶지 않다. 팀에 빨리 적응하면 충분히 가진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서두르지 않았다"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팀에 적응하기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서 감독의 무한 신뢰에도 고마움을 느끼며 "감독님도 나를 신뢰하고 있어서 기다렸다. 수원에 오면 (광주 시절보다) 많이 안 뛸 줄 알았다"라며 자신에게 큰 책임이 주어진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스스로도 광주에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로 돌아가기 싫어서 더 절실하게 뛰고 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선발이 바뀌는 수원이라 더 열심히 뛰고 있다"라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전했다.
바로 옆에서 뛰는 포지션 파트너 김두현에 대한 믿음도 깊다. 그는 "훈련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동선을 확인하니 호흡이 맞는다. (김)두현이 형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내게 있다며 힘을 준다"라며 더 좋은 경험을 쌓아 조용하면서 강한 리더로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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