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에 도입된 새 공인구가 '투고타저'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타자 이승엽(35, 오릭스)과 김태균(29, 지바 롯데)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일본 프로야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이 각자 원하는 제조사의 공을 골라 사용하던 공인구를 미즈노사의 신제품 공으로 통일했다. 새로운 공인구는 기존의 공인구보다 반발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즈노 측은 "기존의 공인구보다 약 1미터 정도 비거리가 짧다"고 새 공인구에 대해 설명했다.
시즌 개막 후 완봉승이 속출하는 등 투고타저 현상이 대두하는 것도 새 공인구와 무관하지 않다. 일례로 19일 세이부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지바 롯데의 나루세 요시히사(26)는 상대 타자들에게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타구를 여러 차례 허용했다. 기존의 공인구였다면 충분히 펜스를 넘어가고도 남을 타구였다. 플라이 처리된 공이 하나라도 펜스를 넘어갔더라면 나루세의 완봉승도 없었을 일이다.
지바 롯데 구단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비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며 "QVC마린필드(지바 롯데 홈 구장)는 안 그래도 외야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데 새 공인구 때문에 홈런 치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30홈런을 목표로 잡은 김태균에게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돔 구장인 교세라돔을 홈으로 쓰는 이승엽에게는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불지 않아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돔 구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반대로 투수인 박찬호(38, 오릭스)와 임창용(35, 야쿠르트)에게는 새 공인구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큰 타구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발로 뛰며 투구수 조절이 필요한 박찬호의 경우 공격적인 승부를 통해 투구수를 줄일 수도 있다.
박찬호는 15일 라쿠텐전에서 첫 선발 등판을 마치고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쳐준 덕분에 투구수가 많이 줄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발투수로서의 체력관리를 위해서 적극적인 승부를 펼쳐 투구수 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다. 반발력이 줄어든 새 공인구는 박찬호가 과감하고 빠른 승부를 펼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도 마찬가지다. 마무리투수로 9회 1이닝만 책임지는 임창용에게 투구수 조절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박빙의 리드를 지켜내야 하는 클로저로서 홈런 맞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분명 호재다. 타구의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싫어할 투수는 없다. 다른 모든 투수들에게 그렇듯이 임창용도 새 공인구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에게는 새 공인구를 적절히 이용하라는, 타자들에게는 줄어든 반발력을 극복하라는 과제가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부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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