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에 운명의 날이 왔다. 클래식 잔류와 승격을 놓고 성남FC-강원FC가 홈 앤드 어웨이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1차전은 17일 강릉종합운동장, 2차전은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성남은 클래식 최종전까지 잔류 기회가 있었지만 스스로 날려 버렸다. 황의조까지 부상을 당했고 1차전 출전 여부도 물음표가 붙었다. 성남 관계자는 "정말 괜찮다면 교체 명단에라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강원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 플레이오프에서 부천FC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승강 PO에 진출했다. 선수들의 의지가 충만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2013년 승강 PO 시작 후 클래식 11위가 한 번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법칙도 강원을 웃게 만든다.
최윤겸(54) 감독은 A매치 데이로 분위기가 잠시 끊긴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PO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벤치의 역량이 승강 PO의 중요한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대전 시티즌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 했다. 강원에서도 온 절호의 승격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반면 성남은 구상범(52) 감독대행이 벤치를 비운다. 성남은 지난 12일 약속의 땅인 강원도 고성에서 훈련 캠프를 차리고 강원전을 대비했고 16일 강릉으로 이동했다. 성남은 과거 시즌마다 단기 집중력 향상을 위해 고성, 속초 등을 택해 훈련을 해왔다.
그런데 훈련 기간 동안 구 대행 대신 변성환(37) 코치가 선수단을 지휘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가 크다. 몸이 좋지 않아 벤치에 앉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남은 이날 벤치를 비운 구 대행에 대해서는 건강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 놓기로 했다고 대응책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도 16일 강릉으로 내려가 선수단을 다잡는 등 잔류를 위해 힘을 쏟는다.
하지만, 구 대행은 사실상 대행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고성 출발부터 배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성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단 경영진은 클래식 잔류 기회를 놓친 것에 책임을 물어 구 대행에게 유소년팀으로 돌아가라고 한 것으로 안다. 이를 구 대행이 거부하면서 분란이 생긴 모양새"라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성남의 한 선수 역시 "고성에 가기 전부터 구 대행님이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과는 일단 클래식에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에 지도자의 부재에 대해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따로 알아보니 변 코치 체제로 간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구 대행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있다. 이날 극적으로 벤치에 앉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성남 이석훈 사장은 "구 대행은 포항전을 패한 뒤 건강상의 문제로 감독직을 더는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단도 구 대행의 의사를 존중해 합의하게 변 코치를 대행으로 올린 것이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변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1차전 승부는 더 중요해졌다. 1차전을 놓치면 치명타다. 김학범 감독 경질 후 분위기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김두현을 중심으로 선참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뭉쳤다.
강원은 공수에서 루이스, 세르징요 등 외국인 선수들이 건재하고 최진호, 이완 등 플레이오프 경험자들도 대기하고 있다. 얼마나 냉정하게 대응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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