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 황선홍 감독은 어린 선수에 대한 믿음이 큰 편이다. 한 번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면 과감하게 기용하는 편이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는 신인 김정환(19)이 깜짝 선발로 나섰다. 올해 첫 출전이었다는 점에서 황 감독의 김정환 선발 카드는 놀라운 선택이었다.
용인FC 산하 백암중, 신갈고 출신의 김정환은 19세 이하(U-19) 대표팀으로 지난해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등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다.
황선홍 감독은 "빠르고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이 이청용과 비슷하다. 힘이 있는 선수라 자신의 역할만 해준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은 그동안 한정된 멤버로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을 숨가쁘게 치러왔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는데 황 감독은 김정환을 선택했다.
김정환은 이미 지난 4월 20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5월 4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원정에도 나섰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고요한이 건재했고 최근에는 조찬호가 선발로 나섰다. 때로는 박주영이 측면으로 이동하는 등 경쟁 상대가 쟁쟁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이 끝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은 박용우를 올림픽 대표팀에 내줘 23세 이하(U-23) 의무 출전 규정에서 자유로웠다. 박용우가 돌아오면서 선발 1명, 교체 1명을 U-23 선수로 메워야 했고 이날 김정환을 선발 기용하고 박용우는 교체 명단에 넣었다.
황 감독은 "김정환은 계속 지켜봤던 선수다. 기존의 미드필더 조합을 깨고 싶지 않았다"라며 박용우보다 김정환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전북이 김정환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황 감독은 "어린 선수에게 100%의 기량을 기대하지 않는다. 훈련과 실제 경기는 다를 수 있다"라면서도 김정환이 한 번 일을 저질러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김정환은 전반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전북의 왼쪽 풀백 박원재의 뒷공간을 열심히 파고 들었다. 긴장을 했는지 몇 차례 패스가 전북의 압박에 막히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경기를 풀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상황이 그의 출전 시간을 줄였다. 서울은 3분 만에 운이 없는 실점을 했고 26분 또 한 골을 내줬다. 추격을 위한 공격 강화가 급했던 황 감독은 경험이 많은 고요한을 32분에 교체 투입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황 감독은 벤치로 들어오는 김정환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미안한 감정을 표현했다. 그렇게 김정환의 리그 데뷔전은 아쉽게 끝났다. 김정환에게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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