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체중 105㎏(KBO 발표 수치)의 리드오프히터. 체격 작고 발빠른 교타자들이 대부분인 1번타자 자리에 KIA 타이거즈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일부 우려와 달리 결과는 꽤 좋았다.
KIA 타이거즈가 '1번타자 나지완' 카드를 내세워 짭짤한 재미를 봤다. 김기태 KIA 감독은 14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tj 힘있는 중심타자 나지완을 1번타자로 깜짝 기용했다. 그는 "나지완이 출루율이 가장 좋다"며 깜짝 기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나지완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출루 머신이다. 전날까지 시즌 50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한 그는 출루율을 무려 4할4푼1리나 올렸다. 안타수(44개)보다 많은 사사구(45개)를 얻은 까닭이다. 보통 타수당 10%의 볼넷을 기록하면 준수한 선구안으로 여기는데, 나지완은 156타수에서 36개의 볼넷을 얻었다. 여기에 몸맞는 공을 9개나 기록하면서 타율보다 1할5푼이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나가서 뛰지 않아도 좋으니 부지런히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속내였다. 올 시즌 도루 5개(도루수 1개)를 기록한 나지완은 뛰어난 주루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선수. 하지만 타석에서 발휘하는 침착한 인내심과 간단히 터지는 호쾌한 장타력이 강점이다.
삼성 1990년대 삼성 라이온즈가 4번타자 이만수를 1번타자로 내세운 적이 있고, KIA의 전신 해태도 1999년 한때 양준혁을 1번타자로 기용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장타력과 출루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었다. 나지완의 1번타자 기용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유다.
뚜껑을 열고 보니 김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선두타자' 나지완은 1회말 중전안타로 팀의 첫 안타를 기록한 뒤 김호령의 희생번트 때 2루, 김주찬의 좌전안타 때 3루를 밟았다. 그리고 이범호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치자 유유히 홈을 밟아 이날 경기 첫 득점을 자신의 발로 기록했다.
2회와 4회에는 두산 선발 유희관의 피네스 피칭에 말려 연속 삼진을 당했지만 6회 '1번타자다운' 진면목을 보여주며 자신의 방망이와 발로 직접 추가점을 내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KIA가 4-2로 쫓긴 6회말 2사 뒤 우타석에 등장한 그는 유희관으로부터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큰 타구를 쳐냈다. 발이 느린 나지완이 1루와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리자 중계된 공을 잡은 두산 2루수 오재원이 3루로 급히 던진 송구가 뒤로 빠졌다. 나지완은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또 다시 3루를 찍고 홈으로 쇄도했다. 1루쪽 스탠드까지 날아간 공을 두산 투수 유희관이 급히 잡으려 했으나 다급한 마음에 공을 제대로 쥐지 못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든 나지완은 무방비 상태의 배팅서클에서 그대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두산 수비진의 실책이 기록된 탓에 '인사이드파크 홈런(장내 홈런)'이 아닌 3루타로 기록됐지만 경기장의 KIA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큰 환호를 보냈다. 나지완을 맞는 동료들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에 큰 웃음을 터뜨리며 '4번같은 1번타자'의 다이아몬드 일주에 환호를 보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지완은 8회 1사1루 마지막 타석에선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1번타자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날 나지완의 기록은 5타석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타순이 타순인 까닭에 타점은 없었지만 3차례 출루와 한 차례 장타를 기록하며 덕아웃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비록 KIA는 9회 불펜의 난조로 6-8 역전패했지만 '1번타자' 나지완 카드는 일단 성공작이었다. 김 감독의 나지완 실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일단 성공작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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