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오짱' 오장은(31, 수원 삼성)의 겨울은 추웠다. 2014년을 갑상선 항진증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고 2015년 재기를 노렸지만 또 다시 무릎 부상과 마주했다.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오장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을 경험하고 A대표팀에도 발탁됐던 기대주였다. 박주영(31, FC서울), 백지훈(31, 수원 삼성) 등과 함께 황금 세대로 꼽혔다. 중앙 미드필더지만 어느 위치에서나 활약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지난 1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6 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오장은은 전반 37분 아크 오른쪽에서 강하게 오른발로 슈팅했고 볼은 골대 그물을 성난 파도처럼 흔들었다.
오장은의 이 골은 감동 그 자체였다. 부상으로 2년 가까이 개점 휴업에서 돌아와 넣은 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골을 자주 넣는 포지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2013년 9월 11일 부산 아이파크전 이후 948일 만에 맛본 골이었다.
수원 서포터스 앞으로 달려가 격하게 포효한 오장은은 이어 벤치의 서정원 감독에게 뛰어가 안겼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서 감독의 의사와 상관없이 팀을 떠날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오장은이었기에 말없이 안아줬다. 선수 등록 마감일인 2월 29일에야 재계약을 하며 계속 수원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기에 서 감독의 격려는 더욱 남달랐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오장은은 가슴졸이고 경기를 지켜봤던 아내로부터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오장은은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 내 마음 고생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골을 넣었지만 수원이 종료 직전에 실점하며 1-1로 비긴 것은 아쉽다. 오장은도 "나는 기쁘지만 팀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최전방에서 해결짓지 못하고 있는데 (조)동건이가 심적 부담이 큰 모양이다. 밖에서 원톱 부재라는 이야기가 쏟아지니 더 그렇다. 딱 한 번만 터지면 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오장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는 뛰지 못한다. 오장은이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려면 팀이 8강에 진출해야 한다. 추가 선수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원은 예선리그 3무 1패(승점 3점)로 절대 위기에서 19일 감바 오사카(일본)를 만난다. 이기지 못하면 상황 종료다.
직접 뛰지 못하고 멀리서 팀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오장은은 "선수들이 잘 해내리라고 본다. 경기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아마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조동건 역시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해 기대감은 신인 김건희에게 집중된다. 오장은은 "공격 2선에서 염기훈, 권창훈이 잘 하고 있다. 감바는 알고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기고 돌아오리라 믿는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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