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야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김용의(31)가 했던 말이다. 단순히 적극적으로 뛰는 것이 아닌, 창의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어놓겠다는 뜻이다.
올 시즌 LG 트윈스는 빠른야구를 표방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주루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해 LG의 최대 문제였던 득점력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사실 LG에는 발이 빠른 선수가 많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의 박해민, NC 다이노스의 박민우처럼 특출난 도루 능력을 가진 선수도 없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선수 모두가 적극적으로 주루에 임하는,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용의는 LG 선수들 중 정주현, 오지환과 함께 가장 발이 빠른 선수로 꼽힌다. 도루 센스도 있다. 2013년에는 21도루를 기록했고, 출전기회가 줄어들었던 2014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9번과 11번 베이스를 훔쳤다.
그만큼 올 시즌 LG가 추구하는 빠른야구에서 김용의의 역할은 중요하다. 김용의 스스로도 주루에 있어서의 각오가 남다르다.
김용의는 "그냥 많이 뛰는 것보다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예전에 고영민 선배님이 많이 보여줬던,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하려고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의의 '발야구'는 시범경기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김용의는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 1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3차례나 출루에 성공해 두 차례나 베이스를 훔쳤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득점 역시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김용의는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나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1사 후 유강남의 타석. 풀카운트에서 미리 스타트를 끊은 김용의는 유강남이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때려내는 사이 저돌적으로 홈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자칫 무모하게도 보일 수 있는 주루였지만, 김용의는 정확한 타구 판단과 빠른발을 앞세워 여유있게 홈에서 살았다. 보통의 경우 1사 1,3루가 됐겠지만 김용의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LG는 1-0에서 2-0으로 달아났다.
이후 김용의는 5회초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해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7회초에는 2사 3루에서 심동섭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때린 뒤 또 한 번 2루를 훔쳤다. 2차례 도루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김용의의 발야구는 상대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결국 LG는 투수진의 짠물 계투를 앞세워 KIA에 3-0 영봉승을 거뒀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5승2무1패의 호성적에 이어 시범경기 서전 역시 승리로 장식한 LG다. 북치고 장구치며 공격을 이끈 김용의의 발야구 실력을 확인한 것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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