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투수는 내셔널리그, 타자는 아메리칸리그.
이대호의 미국진출이 확정되면서 한국 선수들의 빅리그 분포도가 마침내 뚜렷하게 드러났다. 올 시즌 빅리그 진입 가능성이 유력한 선수 8명 가운데 무려 5명의 강타자가 '타자들의 리그' 아메리칸리그(AL)에 소속됐다.
투수인 류현진(LA 다저스)과 오승환(세인트루이스), 그리고 타자 중 유일한 미들 인필더인 강정호(피츠버그)만 내셔널리그(NL) 소속이고 나머지는 모두 AL에서 각축을 벌이게 됐다. 이대호(시애틀)를 비롯해 추신수(텍사스),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최지만(LA 에인절스)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AL 서부지구가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김현수가 AL 동부지구, 박병호는 AL 중부지구에 '외롭게' 위치한 반면 AL 서부지구에는 이대호와 추신수, 최지만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
특히 동갑내기이자 과거 '절친'으로 아마 시절 부산 최고의 야구선수로 두각을 나타낸 이대호와 추신수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아시아 최고의 우타자' 이대호가 빅리그의 스타플레이어로 자리잡은 좌타자 추신수와 불꽃튀는 자존심 대결은 올 시즌 한국인 빅리거간 빅카드 중 하나다. 더구나 이들의 소속팀 시애틀과 텍사스는 각각 지구 우승을 노리는 라이벌이어서 여러모로 이목을 잡아끄는 이벤트로 꼽힌다.
최지만을 제외한 KBO리그 출신 야수 5명 가운데 4명이 AL 소속이다. 아무래도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리그여서 여러 팀들은 수비보다는 타격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대호, 박병호, 최지만이 모두 1루수 겸 지명타자이고 좌익수인 김현수도 '임시 1루수'로 나선 적이 여러번이다.
이대호는 시애틀 입단을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보장된 연봉 5억엔을 포기했다. 시애틀 입단 조건도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만 약속한 4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MVP의 자존심과 보장된 거액을 모두 포기할 만큼 그의 미국행 의지는 강렬했다. 과거 호기롭게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뒤 눈치를 보다가 국내로 유턴해 팬들을 실망시킨 일부 선수와 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일찌감치 귀국해 "어렸을 때 꿈인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고 한 그의 말을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지켰다.
이대호는 역시 이대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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