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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거 눈앞' 이대호, 왜 시애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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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수 린드 경쟁 가능한 상대…아시아 선수들에 개방적인 풍토도

[김형태기자] 이대호(34)의 행선지는 '퍼시픽 노스웨스트(미 대륙의 태평양 연안 서북단을 의미하는 표현)'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이대호는 3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조건은 400만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은 그간 이대호 영입 가능성이 있는 구단 리스트에서 제외된 팀이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대호가 가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우선 시애틀은 득점생산력 있는 타자가 절실하다. 지난해 이 팀의 득점(656)은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가운데 13위에 불과했다. 경기당 4.03점으로 투수들이 웬만큼 호투하지 않으면 경기를 이기기 쉽지 않았다. 팀홈런(198)은 5위에 올랐지만 장타율(0.411)은 9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정교함이 무척 떨어졌다. 타율(0.249) 13위에 출루율(0.311) 11위에 그쳤다.

이대호는 타격의 정확성과 타석에서의 인내심이란 측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힘있는 파워히터이면서도 정교한 타격을 유지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재능의 소유자다. 그는 평소 "나는 홈런타자라기 보다는 보다 좀 더 멀리 날릴줄 아는 교타자"라고 스스로를 표현해왔다.

세기와 힘, 선구안을 모두 보유한 이대호는 시애틀이 애타게 찾던 유형과 맞아 떨어진다.

1루수인 이대호는 현실적으로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가 '출장 기회'라는 측면에서 안성맞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병호(미네소타)처럼 지명타자와 1루를 오가며 큰 수비부담 없이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팀 상황도 이대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의 지명타자는 넬슨 크루스, 1루수는 애덤 린스가 주로 나섰다. 크루스의 경우 152경기에서 타율 3할2리 44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가 넘기에는 다소 벅찬 상대다.

그러나 1루수 린드의 성적은 다소 평범하다. 149경기에 나선 린드는 타율 2할7푼7리 20홈런 87타점로 준수하지만 아메리칸리그의 주전 1루수를 맡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에 그쳤다. 이대호가 스프링캠프과 시범경기에서 진면목을 보여준다면 린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시애틀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무척 친숙한 구단이다. 이제는 빅리그 스타플레이어로 자리잡은 추신수(텍사스)가 지난 2000년 입단해 6년 반동안 몸담은 곳이다. 추신수의 부산고 선배 백차승도 이곳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스즈키 이치로, 조지마 겐지, 사사키 가즈히로 등 수많은 일본 출신 스타들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쌓았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미국 현지 법인이 대주주여서 아시아 선수들에게 무척 개방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이대호의 시애틀 행이 최종 확정될 경우 당장 올 시즌 빅리그에서 볼 수 있는 한국선수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난다. 추신수를 비롯해 류현진(LA 다저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최지만(LA 에인절스)이 그들이다.

여기에 아시아 최고의 오른손 타자 이대호가 명함을 내밀었다. 코리언빅리거들의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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