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렸던 지난 1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 3세트가 진행되던 도중 주심이 한 선수를 불렀다.
그 선수는 대한항공의 주포 모로즈(러시아)였다. 당시 주심을 맡았던 진병운 심판은 모로즈에게 구두로 주의를 줬다. 과도한 세리머니에 대한 지적이다.
앞서 OK저축은행 시몬(쿠바)이 모로즈의 플레이 후 동작에 대해 불만 섞인 제스처를 여러 차례 취했다. 동료선수들이 이를 잘 다독여 더 큰 마찰로 번지지는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날 경기에서 OK저축은행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당시 현장을 찾았던 취재진은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에게 모로즈의 세리머니에 대해 물었다. 김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한 예의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며 "그 선을 넘지 않는다면 (세리머니 자체에 대해) 말리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은 "네트를 등지고 하는 세리머니는 괜찮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같은 팀 선수들의 사기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세리머니의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한항공 선수들도 "모로즈의 활기 넘치는 세리머니가 힘이 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만약 과도하거나 상대팀이나 선수에게 불편한 감정이 느껴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내가 먼저 말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알렌코 러시아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자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모로즈를 비난했다. 알렌코 감독은 러시아 스포츠전문매체 '스포르트 익스프레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모로즈는 선택을 빨리 해야 한다"며 "돈이냐 배구냐 둘 중 하나를 결정하라"고 했다.
그는 "리우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대표해 뛰고 싶다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에서 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로즈는 알렌코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대표팀에서 주전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유럽지역예선전 엔트리에는 빠졌다. 모로즈가 뛰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무난히 1위에 오르며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국가대표 자원이 한국리그에서 뛰는 것이 불만인 알렌코 감독은 "한국 V리그는 러시아리그를 비롯한 유럽리그보다 약하다"며 "모로즈의 기량을 위해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대표팀 주 공격수로 역시 올 시즌 V리그에서 뛰고 있는 그로저(삼성화재)의 예를 들었다.
알렌코 감독은 "이번 유럽예선전에서 그로저는 잘 뛰지 못했다"며 "내가 알던 선수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약한 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로즈도 이런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은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중요한 일전을 치른다. 우리카드와 맞대결인데 승리를 거둘 경우 OK저축은행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경기 결과와 함께 두 팀의 외국인선수 맞대결도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같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모로즈와 우리카드 알렉산더는 이름값과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모로즈는 해외배구계에서 이미 명성이 높다. 반면 알렉산더는 러시아 2부리그에서 뛰다 V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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