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 2번 연속 고개 숙이는 일은 없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쓸쓸히 집에서 지켜본 감독들은 각오가 남다르기 마련이다.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절박하다. 특히 2016년 시즌을 맞이한 김용희(SK), 김기태(KIA), 양상문(LG), 조범현(kt)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로 가득하다.
◆'이 없으면 잇몸'
그 누구보다 이를 악물고 있는 인물은 역시 김용희 감독이다.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시즌 개막 전 삼성 라이온즈의 독주를 저지하겠다고 큰 소리를 친 것과 달리 시즌 내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트레이드마크'인 시스템 야구를 시즌 중반부터 포기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어이없이 패하며 탈락했다. SK의 올 한 해는 더욱 험난하다.
특별한 보강 없이 불펜의 주축 자원 2명(정우람·윤길현)이 빠져나갔다. 경기 후반 '뒷문'이 무척 헐거워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김 감독으로선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할 상황이다. 타선에서는 지난해 81경기 출장에 그친 최정의 부활이 절실하다. 부상과 부진으로 타율 2할9푼5리 17홈런에 그친 그가 살아나야 SK 타선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김기태 감독은 특별한 전력의 보강 또는 누수 없이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펼친 KIA의 경우 여전히 리빌딩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지만 올 시즌 가을야구 욕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김 감독은 올해에도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의 자신감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외부 FA 영입은 없었지만 특급 외국인 투수 2명(노에시, 스프루일)을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시킨 점도 '믿는 구석'이다.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2013∼2014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한 LG는 지난해 9위로 곤두박질쳤다. 이번 겨울 FA 포수 정상호를 영입해 안방을 강화했으나 야구판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FA' 영입전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한동안 해소됐던 팬들의 포스트시즌 갈증이 더욱 배가됐다는 점에서 양 감독의 지도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단이 단합된 모습으로 잡음없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평가다.
◆달라진 kt, 도약할까
'막내' kt는 지난해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끝없는 나락에 빠진 전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용병을 한 명 더 늘려달라"는 말이 덕아웃에서 흘러나올 정도였지만 후반기에는 전혀 다른 구단으로 변신했다. 다소 어수선했던 프런트오피스의 조직체계와 업부분담이 확실해지면서 선수단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도 컸다는 평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kt는 선수단의 전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역시 프런트가 중심을 잡고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야구단 업무의 베테랑인 김영수 사장을 축으로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 구축이 급선무라는 평가다. 지난해 다수의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이 배가된 kt는 이번 겨울 외야수 유한준, 이진영을 영입해 타선을 더욱 강화했다. 주전급 외야수 김사연이 내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고, "붙박이 1번타자인 이대형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보니 된다'는 선수단의 자신감이 몰라보게 높아지면서 1군 2년째를 앞둔 kt에 쏠리는 기대도 남다른 편이다. 현장의 어깨가 꽤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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