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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 스타가 뛴다]한화 김경언, '15년차'에 찾아온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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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8억5천만원 FA 계약 후 지난해 최고 성적, 올 시즌은 꾸준함 증명해야

[정명의기자] 흔히 프로야구 선수들의 활약도를 따질 때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가성비'다.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줄임말로, 보통 전자기기나 자동차의 성능을 얘기할 때 쓰던 말이 선수의 몸값과 성적의 상관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준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김경언(34)이다. 김경언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 총액 8억5천만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수십억원의 FA 계약이 범람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헐값이라 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었다.

그러나 김경언은 지난해 고액 FA 못지않은 성적을 남겼다. 10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7리 16홈런 78타점을 기록했다. 종아리 부상 여파로 아쉽게 규정타석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몸값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지난해였다.

◆KIA의 기대주에서 그저그런 선수로

김경언은 지난 2001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당시 김성한 감독의 믿음 속에 3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주전급 선수로 성장해 나갔다.

김경언이 비교적 일찍 기회를 잡은 이유는 좌타자라는 희소성에 발이 빠르고 장타력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김경언은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드러내며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김경언은 2005년부터 서서히 주전에서 밀려나더니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8년에는 8경기, 2009년에는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더 이상 KIA에 김경언의 설 자리는 없었다.

◆한화로 트레이드, 새로운 기회를 얻다

2010년은 김경언의 야구인생에 전환점이 마련된 시기였다. KIA와 한화가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김경언은 장성호, 이동현과 함께 한화로 팀을 옮겼다. 안영명, 박성호, 김다원이 KIA로 간 반대급부였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초점은 장성호와 안영명에 맞춰져 있었다. 한화가 장성호를 영입하기 위해 단행한 트레이드였고, 김경언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카드일 뿐이었다. 김경언에게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한화에서 김경언은 재기에 성공했다. 외야수가 부족했던 한화의 팀 상황도 김경언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조금씩 팀 내 입지를 넓혀나가던 김경언은 FA 자격 획득을 앞둔 2014년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3리 8홈런 52타점을 기록,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FA 계약, 프로 15년차에 맞은 전성기

2014년 활약을 바탕으로 김경언은 자신있게 FA 자격을 행사했다. 그러나 한화에 잔류하면서 받게 된 몸값은 FA 계약치고는 초라하기만 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8억5천만원. 계약금이 3억원이었고 1년차 1억5천만원, 2년차와 3년차에 2억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이었다.

김경언은 그동안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운동에 집중했다. 그리고 시즌을 맞아 펄펄 날아다녔다. 그런 김경언에게는 '저비용 고효율'의 표본이라는 찬사가 따라붙었다.

프로 데뷔 15년차에 맞은 전성기였다. 수많은 선수들이 그렇듯 지쳐 포기할 수도 있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김경언은 두 번째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데뷔 초기 첫 번째 기회를 얻었을 때와는 달리 김경언에게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갖춰져 있었다.

◆3년 연속 3할? 반짝 아님을 증명할 때

비록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김경언은 최근 2년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어느 정도 기량이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올 시즌에는 3년 연속 3할 타율, 그리고 데뷔 첫 규정타석 진입에 도전해볼 만하다.

올 시즌 한화 외야진의 경쟁은 치열할 전망. 좌익수와 우익수 두 자리를 놓고 최진행, 이성열, 정현석, 이종환 등과 다퉈야 한다. 아직 결정나지 않은 외국인 선수 한 명도 잠재적인 경쟁자다.

올 시즌 김경언은 팀내 주전경쟁에서 승리해 지난 2년 간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내야 한다. 김경언이 건재해야 한화의 전력도 강해진다. 김경언의 데뷔 16년차 시즌은 그 자신에게도, 한화에게도 의미있는 한 해가 될 듯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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