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누가 이기든 내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마지막 5차전까지 가고야 만 플레이오프 혈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사생결단' 승부를 바라보는 삼성 라이온즈는 속으로 웃는다.
소속 선수들의 원정 도박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삼성이다. 경찰의 조사 대상에 오른 선수 2명에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한 명까지. 주축 투수 3명이 한꺼번에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제외됐다. 누가 하나 빠져서는 안 될 투수진의 핵심 자원이지만 삼성은 이들 3명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르기로 했다.
전력의 치명적인 열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 가능성이 무척 낮아진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두산이나 NC 어느 팀이 올라오든 '이빨 발톱 다 빠진' 사자와 상대하게 됐다.
그나마 삼성으로서 위안은 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면서 두 팀의 출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두산은 주전 포수 양의지가 오른 발가락 미세골절로 신음하고 있다. 불굴의 투혼을 앞세워 전날 4차전에선 정상 출전했지만 매일 상태를 점검해야 할 만큼 통증이 심한 편이다. 여기에 백업 포수 최재훈도 오른쪽 복숭아뼈 타박상에 시달리고 있다. 3차전서 포수 마스크를 벗은지 한참 되는 홍성흔을 백업 포수로 대기시킬 만큼 여유가 없는 편이다.
NC도 상처가 수두룩하긴 마찬가지. '포스트시즌 최고령 승리투수' 손민한은 지난 21일 3차전 당시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잡혀 고생을 했다. 투구 도중 살갗이 벗겨져 더 이상 던질 수 없는 상태로 6회 도중 강판됐다.
중견수 이종욱은 4차전 7회말 수비 당시 왼어깨 통증으로 경기에서 교체됐다. 0-3으로 뒤진 7회 선두타자 허경민의 2루타를 막기 위해 송구하는 과정에서 어깨에 통증이 왔다. NC 덕아웃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교체를 했지만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가면서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극심하다. 어떤 팀이 이기든 5차전 혈전을 치른 뒤 곧바로 26일 대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대비해야 한다. '살아있는 경기 감각'이란 이점이 있지만 선수들의 스태미너가 바닥난 상태에서 또 다시 7전4선승제의 혈투를 준비해야 한다.
반면 지난 5일 광주 KIA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삼성은 18일간 휴식과 훈련을 반복하며 완벽하게 재충전을 마친 상태다. 비록 마운드의 주력군 3명이 이탈하게 돼 전력의 큰 공백이 불가피해졌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호락호락 우승 트로피를 내주지 않을 기세다.
더구나 최근 몇년간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 뒤 한국시리즈서 정상에 오른 팀은 없었다. 지난 2008년부터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승리한 팀들이 한국시리즈서는 패하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우울한 삼성에 한 가닥 위안이 될 수 있는 사실이다.
두산과 NC의 거듭되는 혈전, 삼성은 느긋하게 앉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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