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제가 부상을 키운 셈이에요."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다. 한창 시즌을 준비할 시기지만 팀동료들과 함께 손발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현재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그는 지난 1일 일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15 월드컵에 대표로 출전했다가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 도중 다쳤다.
블로킹을 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에 통증을 느꼈다. 양효진은 이후 코트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부상 검진을 위해 조기 귀국했다.
피로골절이 의심됐지만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다. 양효진은 "그 부분에 대해 정말 걱정했다"고 말했다. 만약 피로골절이었다면 재활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병원에서 발목이 아닌 왼쪽 무릎 상태가 더 안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로골절 전 단계라 절대 안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도 배구공을 손에서 놓지는 않는다.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하체 운동을 하지 않는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상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양효진은 소속팀 현대건설의 이번 일본 전지훈련에도 동행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국내에 남아 재활치료를 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양)효진이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양효진을 전훈에 데려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양효진은 오프시즌 동안 팀 주장 자리를 맡았다. 여기에 따르는 책임감도 당연히 있다.
현대건설 선수단은 지난 13일 전지훈련 장소인 일본으로 떠났다. 출국에 앞서 선수단 숙소와 전용체육관이 있는 경기도 용인 마북에서 양효진을 만났다.
그는 "월드컵을 함께 치렀던 대표팀 선·후배 선수들, 이정철 감독님께 너무 미안했다"며 "마지막 3경기를 함께 하지 못해 더하다. 귀국 후 TV중계를 모두 챙겨봤는데 대표팀이 목표로 삼았던 6위를 차지해 다행"이라고 했다.
양효진은 "이렇게 아픈 건 배구선수를 시작한 뒤 처음"이라며 "무릎쪽 통증은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있었다. '괜찮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내 불찰"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양 감독은 "4주 정도 안정을 취한 다음 다시 검진을 받아 V리그 개막전 출전 여부를 점검할 생각"이라면서도 "무리는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즌 초반이 중요하긴 하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지거나 재활에 시간이 더 걸린다면 그만큼 팀에게도 손해다. 주전 센터 양효진이 빠진다면 양 감독이 구상한 시즌 팀 운영 계획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양효진도 코트 복귀 시기에 대해선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자고 일어나면 코트에서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걸을 때도 통증이 아직 있어 마음대로 운동을 할 수도 없다. 그게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하게 회복한 뒤 코트에 나서기 위해서 지금이 가장 중요할 때"라며 "재활을 잘해 이른 시간 안에 다시 코트에 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양효진은 "부상 소식에 많은 팬들이 걱정을 해주셨다"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웃었다.
그는 한 가지 얘기를 더했다. 양효진은 "올림픽이 1년도 채 안 남았다"며 "지난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구호는 '런던 고!'였다. 당시 팀을 이끌고 계시던 김형실 감독님(현 KOVO 경기위원장)이 선수들과 함께 외쳤던 구호다. 이번에는 '리우 고!'다. 대표팀에 다시 뽑힌다면 꼭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 메달 회득에 도전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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