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발등으로 무작정 차려고 하지 말고 발목에 힘을 실어봐. 그렇지!"
올 2월 실시된 수원 삼성의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 현역 시절 날카로운 왼발을 보여줬던 고종수 코치는 과외 훈련을 자처한 선수들을 상대로 패스 방법과 킥 등을 집중 지도했다.
그 무리에는 권창훈(21)도 있었다. 권창훈은 고종수 코치의 지도에 연신 땀을 흘리며 킥을 시도했다. 강약을 조절하라는 고 코치의 말에 권창훈은 몇 차례 킥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칭찬을 받았다.
당시 권창훈은 22세 이하(U-22)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킹스컵 출전이 불발됐다. 김두현이 성남FC로 이적한 상황에서 권창훈은 수원 미드필드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수원이 이광종 당시 U-22 대표팀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 권창훈을 아낄 정도로 올 시즌 수원의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권창훈은 지난해 12월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에 선발됐다. 이정협(상주 상무)과 함께 눈에 띄는 새로운 자원이었다.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는 선발되지 않았지만 8월 동아시안컵까지 염두에 뒀던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좋은 카드였다.
이번 월드컵 2차예선 두 경기를 치른 대표팀에 합류해 일주일 훈련을 한 효과는 상당했다. 유스 시절부터 권창훈은 알아주는 연습 벌레였지만 더욱 집착이 늘어갔다. 축구장 밖에서는 말수가 적고 생각이 많은 선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야생마에 가깝다. 오직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한다.
훈련 후 만났던 권창훈은 "아직 배우는 단계일 뿐이다. 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아니면 소용이 없다"라며 그의 별명인 '애늙은이'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제 만들어가는 과정인 자신이 무슨 대단한 선수냐는 반응이었다.
9개월 사이 권창훈은 크게 성장했다. 8월 동아시안컵에서 공간 활용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더니 9월 라오스,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서는 3골을 몰아넣으며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알렸다.
권창훈의 성장을 바라보는 고종수 코치는 흐뭇하다. 그러면서도 고 코치의 영향을 받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창훈이가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역할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정원 감독의 많은 배려를 받았다는 것이 고 코치나 수원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서 감독은 평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권창훈은 전지훈련에서 치른 연습 경기마다 거리와 위치에 상관없이 골대를 향해 거침없이 슈팅을 했다. 실패를 신경쓰지 않는 습관이 지금의 권창훈을 만든 셈이다.
전지훈련 연습경기로 치른 빅토리아 플젠(체코)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플젠 감독이 수원의 경기력에 대해 호평하면서 권창훈의 경력에 관해 물어볼 정도로 그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의 걱정은 더욱 바빠질 1년을 보낸다는 점이다. 권창훈은 U-22 대표팀에서도 빠질 수 없는 자원이다. 당장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는 A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이 아닌 U-22 대표팀에서 뛸 가능성이 있다. 내년 2월 리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꼭 필요하다.
리우 올림픽행이 확정되면 권창훈은 올림픽에 집중하게 된다. 수원도 권창훈이 지치지 않고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부상 관리만 잘하면 오래 뛰는 것은 물론 유럽 진출이라는 꿈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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