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다가오는 2015-16시즌 다른 6개팀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는다. 디펜딩 챔피언팀이기 때문이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도전자 입장이 아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김 감독의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인 외국인선수 시몬(쿠바) 때문이다. 시몬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는 병원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팀 전용 숙소를 오가며 한창 재활 중이다. 하지만 코트 복귀 시기가 뒤로 밀려 문제다. 김 감독은 "솔직히 말해 시몬은 정규시즌 2라운드까지 코트에 나오긴 어렵다고 본다"고 털어놓았다.
당장 욕심 같아서야 1라운드만 건너 뛰고 시몬을 코트에 나오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다. 김 감독은 "무리를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시몬도 당장 통증이 사라졌기 때문에 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OK저축은행은 이런 이유 때문에 오프시즌 시몬을 대체할 외국인선수를 찾았다. 브라질 2부리그(수페르 B리가) 출신으로 신장 217cm 라이트인 레안드롱(브라질)을 가장 먼저 데려왔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돌려보냈다. 김 감독은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가 끝난 뒤 해외로 직접 건너갔다. 팬암대회가 열린 캐나다 현지로 가 선수를 물색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눈에 쏙 들어오는 선수가 없었다.
김 감독은 "시몬과 동급의 선수를 찾기란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할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레안드롱에 이어 헤수스(베네수엘라)가 최근 팀에 왔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역시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시몬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재활 과정에 있다. 김 감독은 현역선수 시절 수술과 재활을 반복해봤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시몬에게는 이런 재활 프로그램이 처음이라서 아마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시몬은 예전 쿠바에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김 감독은 "그 당시와 재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재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정해진 과정에 충실히 따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OK저축은행이 대체 외국인선수를 결정하고 계약을 맺게 되면 시몬은 일단 팀 선수명단에선 빠져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남녀부 각 팀은 한 명의 외국인선수밖에 보유할 수 없다. 취업비자(E-6) 발급도 한 명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몬을 선수단에 그대로 두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를 선수가 아닌 코치로 등록하는 것이다. 연맹 규정상 외국인코치 영입에 제한은 없다. 만약 시몬이 코치로 등록된 뒤 재활을 마치고 선수로 코트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존 외국인선수(OK저축은행의 경우 시몬의 대체선수)와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대체선수 영입이 계속 어렵게 된다면 OK저축은행은 외국인선수 없이 정규시즌 개막을 맞을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다"며 "시몬이 있고 없고를 떠나 국내선수들을 믿어야 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우승보다 더 힘든 건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김 감독과 OK저축은행 앞에 놓인 과제다. '시몬 너는 아느냐?'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이 지난 1892년 펴낸 시집에 수록된 '낙엽'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다. 가을을 노래한 시로 지금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개막은 가을이 한창인 오는 10월 10일이다.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김 감독의 마음이 시구와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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