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한·일전의 압박감 속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고 소득과 보완점을 확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5일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경기에서 8명의 새 얼굴을 내세웠다. 중국과의 1차전에 선발로 뛰었던 선수 가운데 골키퍼 김승규(울산 현대),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중앙 미드필더 장현수(광저우 푸리) 등 척추 라인만 유지했다.
중국, 일본전 모두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형 전술로 나섰다. 패스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방식은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그대로였다.
다만, 경기를 푸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중국이 한국을 이겨보기 위해 주전급을 대거 내세워 전체 라인을 전진시키며 공격적으로 나섰다면, 일본은 북한에 1-2로 패할 때와는 다른 얼굴을 기용하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역습 중심으로 한국을 공략했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의 평소 경기 스타일을 생각하면 서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의 두 경기 결과는 중국전 2-0 승리, 일본전 1-1 무승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전 종료 후 박건하 코치와 남아 북한-중국전을 관전하며 오는 9일 북한전 해법에 골몰했다.
두 경기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고르기를 어느 정도는 끝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동아시안컵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최종예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새 얼굴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유럽, 중동파가 국제축구연맹(FIFA) 대표 차출 규정에 따라 이번 동아시안컵을 뛸 수 없어 대체 요원 찾기가 급선무였다.
A매치 데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동아시안컵은 유용하게 활용하기에 좋은 대회였다. 9월 라오스(홈), 레바논(원정)과의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선수 조합을 생각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에는 다양한 실험이 우선인 것이 당연했다.
일본 역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철저하게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해 실험과 인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한국이 한일전의 명분에 집착해 이겨야 한다는 결과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과 달리 일본은 할릴호지치 감독의 철학과 전술이 선수들에게 녹아들기를 기대하며 대회를 치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대진 순서와 상관없이 새로운 선수를 어떻게든 보고 싶어하는 할릴호지치의 고집이 한국전에 그대로 반영이 된 것이다.
일본 프리랜서 기자 구미 기노하라는 "일본 축구가 탈아(脫亞)를 외친 지 오래 됐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라이벌 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발전 과정 중 하나다. 한국전 무승부가 아쉽기는 해도 수비가 잘 됐다는 소득을 얻었기 때문에 나쁜 결과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역사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경기 자체를 지켜봐 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이를 통해 김신욱 원톱 활용과 상대 밀집 수비 극복 방법을 고민해야 함을 확인했다. 이재성(전북 현대),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등이 유럽파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소득도 확인했다. 타이틀이나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두 경기를 치른 결과였다.
1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아직 1위를 달리고 있고, 최종전 북한전만 이기면 자력 우승이라는 명분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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