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와! 정말 역도의 역기를 들어 올리듯이 하는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중국과 첫 경기를 2-0으로 이긴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회복 훈련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호텔 내 수영장에 가거나 걷기 등 저마다 선호하는 운동을 찾아 알아서 몸을 만들었다.
이 와중에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 관계자와 함께 숙소의 피트니스 클럽으로 향했다.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가볍게 러닝 머신에 오르거나 바벨 등을 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 대표선수들은 헬스장에서 우연히 북한 선수들과 마주쳤다고 한다. 북한과는 오는 9일 최종전에서 만난다. 아직 맞대결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다 북한 역시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둬 서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북한 선수들이 먼저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이 같은 공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동아시안컵에 나선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은 모두 같은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있지만 서로 사용하는 층이 다른 데다 식사도 식당이 아니라 전용 공간에서 따로 해 로비가 아니면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다.
타지에서의 만남은 은근히 반가울 수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남자들 특유의 무뚝뚝한 어색함까지 더해져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을 신경 쓰지 않은 한국 선수들은 가벼운 운동에 집중했다. 그러자 한국 선수들 앞에서 과시라도 하고 싶었을까, 몇몇 북한 선수들이 상의를 탈의하더니 벤치에 누워 다소 무거운 바벨을 역도의 역기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 올리기를 반복했다. 올리고 내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 무리하다 다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미 흉근(가슴 근육)이 탱탱하게 발달해 있더라. 그런데 벤치 프레스를 역도처럼 거칠게 하고 있어서 놀랐다. 요즘 북한 선수들의 체격이 좋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대단하기는 하더라"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서로의 운동법이 다른 데서 오는 의아함도 있었다. 흉근을 강화하는 것이 축구에서 활용하는 근육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들은 보통 코어 트레이닝 등 전신의 잔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래도 북한은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일본을 눌러 놀라움을 안겼다. 북한의 빡빡한 운동법이 계속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동아시안컵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됐다. 한국 선수들 앞에서 기싸움을 펼쳣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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