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눈앞에 온 국가대표팀 데뷔 기회를 약물 파문으로 날린 강수일(28,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수일은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A매치를 앞두고 강수일의 도핑 양성반응 소식이 전해졌고,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 시즌 강수일은 제주에서 5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강수일을 대표로 선발해 점검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불시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강수일은 A샘플 양성반응을 보였다.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금지약물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것이다.
강수일은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콧수염이 나지 않아 선물 받은 발모제를 안면에 발랐다"라며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귀국길에서는 약물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고 "내 실수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한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강수일이 구제를 받을 길은 한 가지뿐이다. B샘플의 추가 분석 의뢰다. B샘플 의뢰가 접수되면 오는 24일까지 추가 분석을 한 뒤 음성이 나올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 반면 또 양성 반응이 나오면 1주일 이내 청문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한다.
프로축구연맹 금지약물 사용 징계 규정은 1차 위반 시 15경기 출장 정지, 2차 위반 시 1년간 출장 정지, 3차 위반 때는 영구 제명이다. 일단 양성이 확정되면 15경기는 무조건 나올 수 없다. 제주 구단은 여론을 고려해 24일 추가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치르는 리그 2경기에 강수일을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1일 KADA로부터 연맹이 먼저 강수일의 양성 반응을 전달받았다. 곧바로 구단에도 통보했다. B샘플 의뢰에서도 양성 반응일 경우 1차 위반이기 때문에 상벌위에서 15경기 출전 정지가 확정될 것이다. 물론 소명에 따라 경감도 가능하지만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수일은 도핑테스트 당시 발모제를 일정 기간 발랐다고 신고한 바 있다.
하지만, 매 시즌 시작을 앞두고 도핑 교육에서 발모제 사용 시 금지약물이 검출될 수 있다고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의문은 커진다. 실제 2010년 발모제를 구입해 발랐던 사이클 선수가 금지 약물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때문에 도핑 교육 시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한 도핑 관련 전문가는 "해당 발모제는 도핑 분류 시 근육 강화제로 취급하고 있다. 국내에는 이미 2007년 판매 금지 품목이었다. 강수일의 진술만 놓고 본다면 이를 모르고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수일은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의 희망이었다. 평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등 축구로 얻은 것들을 사회로 환원하는 데 앞장섰다. 국가대표 데뷔라는 최고의 순간을 앞두고 악물 파문에 휩싸인 강수일이 한 순간의 부주의로 많은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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