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피-장-윤-차-클'
삼성 라이온즈 선발 투수 피가로,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클로이드의 이름을 앞 글자만 따서 이어붙인 말이다. 이는 삼성의 굳건한 선발 로테이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호이기도 하다.
삼성의 선발 로테이션은 '피-장-윤-차-클'의 순서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 백정현이 한 차례 선발 등판한 것을 제외하면 삼성의 올 시즌 선발진은 피가로,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클로이드만으로 운용되고 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진에 변화가 없는 팀이 삼성이다.

타구단 사정을 살펴보면 적게는 7명(LG, 한화), 많게는 10명(KIA, 롯데)의 투수를 선발로 내세우고 있다. 선발 등판한 투수가 많다는 것은 자원이 풍족하다기보다 선발진이 불안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의 선발진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고정된 투수들이 등판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의 선발진은 등판 순서까지도 변함이 없다. '피-장-윤-차-클'의 순서가 헝클어짐 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윤성환의 가벼운 손가락 부상과 장원삼의 담 증세로 개막 2연전 선발은 피가로와 차우찬이 맡았다. 그 다음 경기에는 백정현이 임시 선발로 등판했다. 윤성환은 4월1일, 장원삼은 4월7일 첫 등판을 가졌다. 그렇게 현재 삼성의 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됐다.
'피-장-윤-차-클'의 사이클은 피가로가 선발 등판한 지난 4월17일 kt전부터 시작돼 5일 클로이드가 NC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것까지 8차례나 변함없이 반복됐다. 그 사이 우천취소 경기가 발생해 필요에 따라서는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피-장-윤-차-클'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을 고수했다.
'피-장-윤-차-클'의 순서가 이상적인 이유는 좌우 밸런스 때문이다. 피가로와 윤성환, 클로이드는 우완이고 장원삼과 차우찬은 좌완이다. 따라서 삼성의 선발진은 '우-좌-우-좌-우'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스타일을 갖췄다.
이에 따라 삼성과 만나는 팀들은 이틀 연속 같은 스타일의 선발 투수를 상대할 수 없다. 우완인 클로이드와 피가로가 연속해서 등판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피가로는 파워피처, 클로이드는 기교파로 유형이 다르다.
피가로(8승2패 3.23)와 클로이드(6승2패 3.10) 두 외국인 선수가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것이 삼성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윤성환(6승2패 3.38)도 건재하고 차우찬(4승2패 4.05)도 최근 부쩍 좋아진 모습이다. 장원삼(4승5패 6.28)이 부진한 것이 아쉽지만 로테이션은 꼬박꼬박 지키고 있다.
5일 현재 삼성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3.98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3점대다. 선발 승 역시 28승으로 전체 1위다. 선발승 비율이 무려 80%다. 올 시즌 리그 전체 선발승 비율 65.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삼성은 5일 NC를 6-1로 완파하며 파죽의 7연승을 달렸고, 2위 두산과의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갖춘 모습이다. 변함없이 굳건한 선발 로테이션이 삼성이 선두를 질주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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