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가족, 친구, 지도자, 동료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 축구는 공부하는 축구 선수 육성이 하나의 화두다. 지난 2009년부터 대한축구협회는 초중고 주말리그를 출범시켜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며 인성과 축구실력 향상을 동시에 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4일 경기도 광명시 광일초등학교에서는 2015 대교 눈높이 전국 초등리그 광일초-안양 주니어의 공식 개막전이 열렸다. 학원팀과 클럽팀 최강자 간 겨루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기였다.
개막전에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가 참석했다. 프로는 물론 대학, 고교 등 각급 연령별 팀들의 경기를 두루 살피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 양 팀 선수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부하는 축구선수'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7살에 축구에 입문했다. 여기 있는 선수 중에서는 프로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있을 텐데 공부를 하면서 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독일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17, 20세 대표팀 감독 시절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을 많이 봤지만, 그들이 프로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러분들도 단계별로 성장하면서 학업이 먼저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축구와 공부는 물론 다른 분야도 다양하게 경험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나처럼 17세, 18세에 진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지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인생 설계를 해도 늦지 않다"라며 폭넓게 주변을 돌아보기를 바랐다.
선수들의 당돌한 질문도 이어졌다. 광일초 김민재 선수는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슈틸리케 감독은 "언론에서 주목하는 선수는 99% 골을 넣는 선수다.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균형을 중시해야 한다. 수비 또한 중요하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이 이런 역할을 잘한다. 중심을 잡아주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선수 편애로 오해를 살 수 있어 부연 설명을 한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영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기성용은 언론에 많이 나오지 않느냐. 물론 기성용도 본인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니 합당하다"라며 웃은 뒤 "한국영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가 활약해도 주목받지 못해서 언급했다.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이나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골이 나올 때 시발점이 모두 한국영이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안양 주니어 홍정완 선수는 킥이나 패스 등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그런 것들을 가르치려고 지도자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웃은 뒤 "간결하게 하라고 강조한다. 요즘에는 선수 본인이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패스는 간결해야 한다"라며 팀이라는 틀에 맞추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축구 선수로서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서도 "성장하면서 조언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가족, 친구, 지도자, 동료들을 잘 둬야 한다. 프로 데뷔 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도와줄 사람들이 꼭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보경(위건 애슬레틱)의 예를 든 슈틸리케 감독은 "김보경처럼 이적해서 살 길을 모색하는 경우가 그렇다. 카디프시티보다 낮은 수준의 팀이라고는 하지만 자시 자신을 위해 새 팀으로 이적해 기회를 얻었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대표팀에도 복귀했다.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리그 스폰서인 대교에서 협찬한 '70명으로 읽는 한국사'에 사인을 하해주며 공부하는 선수가 되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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