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올 시즌 정규리그 6경기에서 9골 5실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득점 6실점을 했다. 재미있게도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각각 6골씩 후반에 터졌다.
즉 수원의 17득점 중 12골이 후반에 작렬했다. 놀라운 뒷심이다. 무득점 경기는 베이징 궈안(중국), 포항 스틸러스전 두 경기뿐이며 시즌 시작 시점인 3월 초 경기였다. 이후에는 매 경기 득점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후반에 골을 많이 넣으며 극적인 장면을 많이 연출해 '수원 극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나는 극장이 싫다"라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최근 경기일정은 빡빡하다. 3월말 A매치 휴식기 이후 재개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사나흘 간격으로 병행하느라 힘에 부친다. 그런데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후반 역전극을 펼치며 승리를 얻거나 뒤지던 경기를 따라잡아 비기는 경우가 많다.
15일 울산 현대와의 6라운드에서도 수원은 0-1로 뒤지던 후반 21분 염기훈의 도움을 받아 카이오가 동점골을 넣으며 1-1로 비겼다. 5경기 무패(3승 2무) 행진을 이어가며 승점 11점이 된 수원은 제주 유나이티드에 골득실에서 밀린 4위가 됐다. .
수원의 이런 뒷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주장 염기훈의 놀라운 경기 집중력을 들 수 있다. 염기훈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해냈다. 모두 패배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소중한 포인트였다. 왼발의 파괴력이 워낙 좋다보니 상대는 알고도 당한다. 프리킥, 가로지르기(크로스) 모두 위협적이다.
염기훈은 올 시즌 재계약이 늦어지면서 2월 초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몸은 만들었지만, 조직력과는 별개다. 때문에 더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왼발의 달인 고종수 코치로부터 사사받은 프리킥 연습에도 매진했다.
그는 "혼자 훈련을 할 때는 고민이 많았는데 (고종수 코치가) 지도를 해주면 달라지더라. 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잘 안 되면 고개를 드는 습관이 있다며 세밀하게 알려준다. 정말 큰 도움이 된다"라고 고종수 코치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염기훈이 앞서서 훈련에 열중하니 후배들도 알아서 따르게 된다. 경남 남해, 말라가로 이어진 전지훈련이나 국내로 복귀해 클럽하우스에서도 후배들은 모두 염기훈의 뒤를 따랐다.
골을 먹어도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들 사이에 생긴 것도 큰 힘이다. 수원은 올 시즌 전방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음에도 과감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실패해도 또 도전하라는 서 감독의 신념이 만들어낸 달라진 모습이다. 서 감독이 경기 중 가장 자주 하는 말도 "그래 그렇게 해봐. 괜찮아 계속 해보라고"라는 식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지난 3년간 축적한 데이터가 있어서 객관적인 측정을 할 수 있다. 후반 체력 저하가 나타나면 개별적인 훈련을 하면 된다. 스스로 데이터를 통해 느끼며 자기 관리에 충실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통해 각자 체력을 키우고 필요한 기량을 익힌다.
서 감독은 "모든 수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선수들도 수긍하는 편이다.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서 좋은 데이터는 큰 도움이 된다. 어차피 로테이션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벤치 멤버도 언제든 선발로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들이 잘해서 팀이 잘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염기훈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전남전을 뛰고 울산전으로 원정이 이어지니 몸이 무겁다는 것을 다들 느끼더라. 볼을 잡고 제2 동작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선수들 스스로 이제는 관리법을 터득했다. 잘 쉬면서 극복을 하고 있다"라며 동료들과 연대의식을 갖고 자기 관리에 나서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전했다.
끈끈한 팀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서 감독은 선수들과 자주 대화를 가진다. 축구 이야기보다는 일상생활 등을 말하며 분위기를 좋게 풀어간다. 부담을 줄여주니 편안하게 훈련에 집중이 가능하다. 수원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다. 대신 유스팀 매탄고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채우고 또 기회를 얻고 있다. 염기훈이 재계약을 하면서 선참들의 리더십도 잘 이뤄지고 있다.
울산전에서는 장현수가 클래식 데뷔전을 치렀다. 이상호, 서정진 등 측면 자원의 컨디션 저하와 부상에 따른 출전이었지만 대범하게 해냈다. 서 감독은 "(장)현수는 올림픽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충분히 능력이 있고 준비가 된 선수다. 당연히 뛰는데도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장현수가 먼저 나서 뛰어주면서 후반에 투입되는 자원의 체력 안배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장현수 외에도 구자룡, 연제민 등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얻으며 팀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서정원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신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도전하는 선수단 분위기가 후반에 강한 수원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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