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4차전 수원 삼성-브리즈번 로어(호주)전에서 나온 '최고의 1분'은 후반 19분이었다.
이날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갈망하는 수원에 중요한 일전이었다. 수원은 지난달 18일 브리즈번 원정에서 3-3으로 비겼다. 수비 실수에 애를 먹었지만 서정진의 두 골이 터지면서 승점 1점을 얻었다.
수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수원은 동계 훈련에서 브리즈번의 높이와 피지컬을 염두에 두고 집중 훈련을 했다. 빅토리아 플젠(체코), 드니프로,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 등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단골로 출전하는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면역력을 키웠다. 하지만 원정경기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쳤다.
1승 1무 1패(승점 4점) 상황에서 8일 브리즈번을 홈으로 불러 두번째 대결을 벌인 수원은 패스와 속도로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숨겨둔 무기는 세트피스에서 염기훈의 킥이었다.
염기훈의 왼발 킥은 수원이 자랑하는 무기다. 브리즈번 원정에서도 염기훈은 프리킥으로 1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경기에서도 염기훈의 킥은 빛을 내고 있다. 지난달 22일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강력한 왼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브리즈번의 프란스 티센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주의할 점의 하나로 수원에 세트피스 찬스를 주지 않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는 다분히 염기훈의 킥을 둔 것이었다. 티센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주장(염기훈)의 킥이 상당히 각도 있게 휘어지고 킥력도 좋다"라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티센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날 경기에서 염기훈의 킥은 여전한 위력을 발휘했다. 전반 16분 왼쪽 측면에서 띄운 볼이 서정진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했다.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지 않았다면 최고의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절정은 수원이 2-0으로 앞선 후반 19분이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수원이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30m 이상 떨어진 거리여서 직접 슈팅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역 시절 최고의 킥을 자랑했던 고종수 코치로부터 사사받은 염기훈의 프리킥 실력이 불을 뿜었다. 왼발로 강하게 찼고 볼은 골문 앞에서 뚝 떨어지며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원의 세 번째, 쐐기골이었다.
염기훈은 말라가 전지훈련에서 "올해는 어떤 대회든지 우승을 꼭 이끌고 싶다. 챔피언스리그도 그 중 하나다"라며 강한 승리욕을 드러냈다. 주장으로 무엇인가 꼭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고 결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염기훈의 골 이후 브리즈번이 루크의 만회골로 쫓아왔다. 염기훈의 멋진 프리킥골이 아니었다면 한 골 차 박빙 승부가 될 수 있었다. 뜨거운 왼발을 자랑한 염기훈의 한 방이 수원의 챔피언스리그 행보에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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