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의 숙적인 이란 축구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이란축구협회와의 갈등이 도화선이었다.
이란은 지난 1일(한국시간) 스웨덴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맹)에게 1골 1도움을 허용하는 등 경기 내용 자체가 형편 없었다. 이란은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이 페널티킥으로 1골을 만회한 것이 전부다.
지난달 27일 칠레를 2-0으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던 이란은 스웨덴을 상대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스웨덴전이 끝난 뒤 "지난 4년 간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이란을 이끌었다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됐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아쉽다"라며 사퇴의 변을 내놓았다.
이란 대표팀과 케이로스 감독의 결별 조짐은 지난달 중순부터 관측됐다. 이란 축구협회가 선수 선발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 케이로스 감독의 주장이다. 정황도 충분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칠레,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알리레자 자한바크슈(네이메헌),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 등을 대표로 선발했지만 이들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으로 분류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렀다.
케이로스 감독의 분노는 누적돼 있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원했던 훈련 캠프가 취소되고 대표팀에 대한 재정 지원도 축소 됐다.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라이벌 이라크와 승부차기 접전을 벌여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된 뒤에는 이란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축구협회에 언성을 높였다. 이번 원정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세금을 내지 못해 출국이 금지됐고 뒤늦게 합류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결별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스웨덴전 종료 뒤 미련없이 이란 대표팀과의 인연을 끝냈다.
그는 "이란 축구협회에는 2개의 파벌이 있다. 1개의 파벌은 늘 자신들이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와 코칭스태프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모욕감도 느끼게 했다. 이런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흥분 잘하기로 알려진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1-0 승리 당시 최강희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려 국내 팬들을 분노케 했던 장본인이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꼭 만나 설욕하고 싶었던 팀으로 꼽히기도 했다.
케이로스 감독의 사퇴로 이란은 당장 6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을 새 감독 체제에서 치르게 됐다. 당초 케이로스 감독의 계약 기간은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였다. 한국과는 2차 예선에서 만나지 않아 큰 문제는 없지만 최종예선을 앞두고 이런 감독 사퇴 상황이 벌어졌다면 호재가 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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