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6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2차전 일본과 이라크의 경기, 최고의 1분은 후반 24분에 나왔다.
일본은 아시안컵 조편성에서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과 한 조에 묶였다. 비교적 운이 좋은 편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4-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월해 이날 이라크전이 진짜 전력을 확인하는 경기가 됐다.
이라크는 1차전에서 숨 막히는 압박과 수비로 요르단과 힘겨루기를 벌이다가 1-0으로 승리했다. 2007년 아시안컵 우승 당시의 끈적거리는 축구가 그대로 나왔다.
하지만 일본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을 괴롭히는 것은 고온다습한 브리즈번 날씨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이 내세운 것은 패스였다. 패싱축구는 일본을 상징하는 무기가 된 지 오래됐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로 팀 분위기가 중심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선수들 스스로 극복했다.
이라크는 강력한 피지컬로 일본에 맞섰지만 쉽지 않았다. 일본은 영리했다. 중앙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와 하세베 마코토(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체계적인 완급 조절과 패스는 앞선의 3인방 오카자키 신지(마인츠05)와 혼다 케이스케(AC밀란), 이누이 다카시(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마음 놓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후반 24분에 나온 장면은 일본 축구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추가골 사냥에 대한 집요함을 보여줬다.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스탕다르 리에주)에서 시작한 볼은 10번의 패스를 거쳐 오카자키의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이라크 수비수에게 맞기는 했지만, 슈팅까지 한 번도 이라크의 압박에 끊기지 않았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공식 기록에도 일본의 패스는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10번의 패스 사이 개인 드리블은 네 번이었지만 멀리 가지도 않았다. 원터치로 패스를 해내며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장면 외에도 공격 전개에서 10번 이상의 패스 전개가 이뤄진 장면이 두 번이나 있었다.
슈팅 직전의 마지막 패스는 하세베나 엔도가 있었다. 특히 엔도는 공간을 향해 뛰어들어가는 동료를 향해 패스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연결했다. 일본 축구가 외풍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패스로 증명했다. 패스 정확도는 86.7%-79.9%로 일본이 우월하게 앞섰다. 롱패스 비율이 8.4%-16.7%로 정확한 패스 연결에 집중했던 일본이다.
동시에 한국 축구에도 큰 교훈을 남겼다. 한국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호주와 경기를 치른다. 1위로 8강에 오르면 B조 2위와 한 번 더 만난다.
선코프 스타디움은 일본, 호주 선수들은 물론 울리 슈틸리케 감독까지 이번 대회 최악의 그라운드 상태라며 혹평했다. 하지만 일본은 평소 훈련된 패스와 적절한 간격 유지로 이라크의 피지컬을 극복하며 승리했다. 정확도 높은 패스와 확실한 마무리가 중요함을 알려준 것이다. 피지컬이 좋은 호주를 상대로 한국이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흥미로운 경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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