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미생'의 배우 변요한이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와 하나가 된듯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능청스러운 말투와 '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다채로운 표정은 변요한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한석율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에피소드에선 상사와의 갈등 끝에 의기소침해진 인물의 모습을 그려내며 직장인들의 깊은 공감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는 독립 영화계에서 탄탄히 쌓아올린 연기력도 한 몫을 했지만, 배우의 삶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미생'의 한석율이 무역 상사 원인터내셔널의 직원이라는 설정처럼 변요한 역시 국제 무역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 것.
변요한은 중학생 시절 내성적인 성격과 말 더듬증을 고치기 위해 연극을 시작했다. 무대 위에 서는 희열을 맛본 그는 일찍이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그러나 부모님은 험난할 배우의 길에 뛰어들려는 아들을 말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국제무역을 전공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유학을 준비하려 고등학교 재학 중 종종 중국을 오갔고 19세에 본격적으로 어학 연수를 위한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망은 도통 식지를 않았다. 중국에서 어학을 공부하며 3년을 보냈지만 꿈은 여전히 배우였다. 귀국해 군에 입대한 그는 복무 중에도 꾸준히 연기 입시를 준비했다. 23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변요한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덜컥 합격했다.
제대 후 준비 기간은 단 5개월이지만, 군에서도 짬짬이 대본을 받아보며 연기를 공부했고 휴가 중 시험을 보기도 했다. 아직 완전히 아들의 편에 서진 않았던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도 이어졌다.
삶의 한 페이지에서 상사맨이 될 뻔도 했던 변요한은 '미생'의 한석율 역을 통해 자신이 스쳐 온 다른 삶을 대신 살아가고 있다. 지난주 방영된 '미생 '16화 속 거래처와 통화 장면에서 그는 중국어로 짧은 대사를 매끄럽게 소화하기도 했다. 애초 대본에는 해당 대사가 영어로 쓰여있었지만, 변요한의 중국 유학 이력을 알게 된 제작진이 현장에서 이를 중국어 대사로 바꿨다는 후문.
급하게 바뀐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잠시 다른 길을 꿈꿨던 그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변요한은 소속사를 통해 "갑작스러운 상황이어서 더 잘 하지 못해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지만 겸손하게만 들린다. 이제 단 4회를 남겨둔 '미생'에서 그가 또 어떤 얼굴로 시청자들을 만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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